포르투갈 <아제냐스 두 마르 Azenhas do Mar>
포르투갈 호카곶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바다와 절벽이 만나는 자리 위에 조용히 놓인 마을 하나를 만나게 된다. 그곳이 바로 <아제냐스 두 마르 Azenhas do Mar>다. 이름부터가 시처럼 들리는 이 마을은, 번역하면 ‘바닷가의 물방앗간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물의 흐름을 이용해 방앗간이 돌아갔을 터인데, 지금은 그 자리에 흰 집들이 절벽을 타고 내려앉아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다.
마을은 크지 않다. 집들은 하나같이 흰색 석회벽에 붉은 기와 지붕을 얹고, 절벽의 기울기를 따라 계단처럼 자리 잡고 있다. 멀리서 보면, 재개발을 앞 둔 한남동 주택단지같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절벽 아래에 자리한 ‘천연 해수 풀장’이다. 거센 대서양의 파도가 넘실대는 와중에도, 그 안은 놀랍도록 잔잔하다.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손바닥처럼, 그 풀장은 사람들에게 잠시 머물러도 좋다고 조용히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해수풀을 감싸고 있는 작은 방파제는 파도에 닿을 듯 말 듯 아슬하게 놓여 있어,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오롯이 보여준다.
주변엔 걷기 좋은 오솔길과 함께 표지판이 서 있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처럼 순례길의 일부인 듯 보였다. 표지판에 적힌 'Praia da Aguda'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무언가 단단하고 깊은 인상을 남기는 말처럼 느껴졌다. ‘Aguda’라는 말이 주는 뾰족함, 날카로움의 어감은 오히려 그 해변을 더 고요하고 부드럽게 상상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그 길을 걷게 되었을 때, 나는 그 느낌이 단지 말의 인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raia da Aguda는 포르투갈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주로 리스본 남부 또는 포르투 근처의 대서양 연안에서 같은 이름으로 몇 군데에 존재한다. Praia da Aguda는 어디에 있든 공통적으로 조용하고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 절벽과 바다의 조화, 그리고 인위적이지 않은 풍경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함께 투어에 나선 미국 가족들은 마을을 바라보며 환상 속에 스며들었다. 바다를 등지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도 찍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 아제냐스 두 마르의 풍경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