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나라, 처음 밟는 도시. 설렘과 낯섦이 공존하는 긴장감. 도착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심박수가 볼륨 업된다. 잠시 벗었던 윗옷도 걸치고, 백팩을 메면서 사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마지막으로 펼쳐본다. 이제 곧 면접이다. 이 도시가 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반대로 날 끌어안아줄지, 상호 면접할 시간이다. 내리자마자 맞는 첫 공기, 내가 널 평가해본다. 향도 맡아보고 고개를 젖혀 하늘도 응시해본다. 바람의 온도는 체온과 친해질 수 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면접 요인이다. 이젠 반대로 내가 면접 볼 차례다.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이동이 수월한지, 그들의 에티켓을 올바로 체득했는지. 첫인상 평가에서 양측 모두 준수한 점수를 획득했다면, 본격적으로 시내 투어를 시작한다. 각자 여행하는 타입이 있겠지만, 난 무작정 1시간 이상 걷는다. 좌표도 없다. 가고 싶은 목적지도 설정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대로, 끌리는 자기장을 찾아 토를 달지 않고, 발이 정한 대로 머리와 가슴은 따라간다. 1시간이 흐르면 걸음에도 자신감이 붙는다. 다시 만난 골목과 거리에서는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추가적으로 보인다. 예측 능력도 향상된다. 내 취향과 그렇지 않은 장소의 구분도 가능해진다. 도시 워밍업의 마지막 단계는 맥도날드에서 이뤄진다. 맥도날드를 찾아 들어가 밀 세트 Meal Set를 시킨다. 가격은 얼마고, 내용물의 크기도 우리나라와 비교해본다. 이 나라에만 있는 메뉴는 무엇이며, 케첩은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다 먹고 나서 각자 쓰레기는 버리는 분위기인지 그냥 놓고 가도 되는지. 매장 안에 시큐리티가 있는지, 혼버거 분위기인지. 이 작은 패스트푸드점을 관찰하면 그 나라가 보인다. 대충 이 정도다. 여행 첫날의 패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