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마지막 나에게 남긴 나, 긍정성

창작 아카데미 3기(1인 출판 비즈니스 클래스) 수업 1일 차





누가 올까.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멀리서 왔고, 첫 수업에서 앉은자리가 끝까지 이어지기에, 서둘렀다. 수업 시간 15분 전. 강의실 번호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4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이 못 미더웠다. 낯섦 자체가 의심과 연결고리다. 강의실 앞에 서 있는 수업 배너 광고에서 의심은 종결되었다. 열리는 문 틈 사이로 강사로 보이는 2명의 여성이, 몸을 반틈 안으로 넣자 먼저 온 수강생 2명이 보였다. 궁극의 뒷자리는 공석. 자리에 영역을 점령하고, 어색하게 돌아가는 남은 시간은 나눠준 핸드아웃을 훑는데 책정했다. 동시에 문이 열릴 때마다, 동료의식을 갖고 면면을 스캔했다.



6시 30분. 공식적인 수업 시작 시간이다. 맥락 없이 돌아가던 각자의 시선은 진행자 한 명의 신호로 일사불란해졌다. 두 명의 진행자와 마주 보고 있는 눈빛 간에 연결된 시선은 약 15개 정도. 아직 강의실 안이 추워 코트를 벗을 수 없었다. 강의실 예열만큼이나 굳어 있는 첫 만남. 멋쩍은 웃음과 인사말, 프로그램 소개로 공기가 따스하게 뜸 들기 시작했다.



<추워도 독립출판>. 6주 동안 진행할 클래스의 캐치 프레이즈다. 독립출판의 현실을 전면에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워 ‘도’라는 조사에서 수업을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금의 내 현실도 비슷하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 희망을 가지고 인천까지 왔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 공간이 느닷없는 안정감을 줬다. 추워도 끝까지 가겠다는 원동력이다.




2017-12-12-18-27-46.jpg




가장 뒷자리에 앉았다. 뒤통수만 보여 수강생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곧 조별 구성에 맞게 책상을 재배치했다. 강의실 중간에 눈치 없게 세워진 기둥 때문에 공간 활용이 비효율적이다. 기둥 뒤로는 강단 앞이 보이지 않아, 최대한 나머지 공간 사이로 비좁은 동선에 맞춰 테이블을 4 분단으로 조합했다. 에세이, 사진, 그림 및 일러스트 등의 카테고리로 조가 편성되었다. 난 에세이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사진 조에 들어갔다. 다른 학생들은 재편성 제안을 했지만, 난 크게 중요하지 않아 그 자리에 만족했다. 같이 책상이 붙어 있는 사람부터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를 물을 수 있었다. 영어 교재를 만들고 싶은 이, 자수 작품을 책으로 엮고 싶은 이, 미국 유학 생활을 책으로 제작하고자 하는 이, 내가 속한 조의 희망사항들이다. 소재는 조금씩 달라도 결국 독립출판으로 내고자 하는 끝맺음은 동일했다.




지원자가 80명 정도라고 한 수강생이 밝혔다. 전화 면접을 보면서 물어봤고,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본인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내게 결석하면 추가 인원에게 기회를 준다고 했구나’. 수업을 듣는 자세가 더 진지해졌다. 가볍게 수강하고자 한 마음은 아니었지만, 동료애까지 생겨 의지력이 배가됐다. 첫날은 서로 간의 소개에 이어 가벼운 오리엔테이션으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시도했다. 45개의 키워드가 적힌 종이를 받았다. 본인과 관계없는 키워드 5개씩 지워가더니 결국 10개가 남았다. 그 10개 중 본인이 추구하는 순위별로 나열했다.


1. 긍정성
2. 자존감
3. 자아실현
4. 성취감
5. 건강
6. 자유
7. 열정
8. 용기
9. 모험과 도전
10. 재미와 유머


2017-12-12-21-04-28.jpg




10가지 모두 현재 진행형의 나와 일치했다. 이어 발표 시간. 내가 선택한 키워드와 그 이유를 타인과 공유했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발표를 들으며 그들의 성향을 밑그림 그릴 수 있었다. 동시에 나와 비슷한 사람을 한 이미지 카테고리에 넣고 있었다. 수강생뿐만 아니라 앞에 서 있는 진행자 두 분의 키워드도 발표했다. 이 두 분의 소개를 안 했구나. 순사장과 염사장. 인천 부평에서 ‘북극 서점’이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두 사장님이시다. 북극이라는 이름도 여러 키워드 중에 지워, 지워가면서 가장 마지막에 생존한 단어다. 사라져 가지만 일상에 꼭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싶은 마음에 북극이란 단어를 최종으로 살렸단다.


3시간 30분, 탄성력이 거의 없던 초반 시간과는 달리 많이 유연해졌다. 진행하는 분도 수강하는 사람들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무사히(?) 첫 수업을 마쳤다. 각자의 책 주제도 정했다. 6주 동안 하나의 책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약 3년 간에 술 빚고 일했던 세월을 한 권에 담은 게 내 주제다. 다소 무리한 일정이지만, 혼자가 아니라 가능할 것 같다. 2012년 겨울로 추억의 시계를 돌려놨다. 기대된다. 내 두 번째 책.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