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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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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해가 드는 날. 더블린 박물관 투어의 일정을 잡고 아침 일찍 움직였다. 주중이지만, 꼬맹이들 단체 관람 어택을 피하려는 심산이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의 첫 경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기에, 이 분야에 전혀 관심 없는 나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둘러봤다. 그리고 찾아간 더블린 자연사 박물관. 소박하다.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보다도 누추하고 작았다. 오롯이 첫인상일 뿐.



더블린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은 메리언 스퀘어 공원 맞은편에 있다. 대리석으로 둘린 건물 외관과는 달리 박물관 내부는 고풍적이다. 발을 옮길 때마다 우리 한옥에서 전해지는 삐걱댐이 끊이질 않고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관람객도 거의 없다. 덕분에 동선이 자유로웠다. 2층에는 박제된 동물들이 모두 날 째려보는 것 같아 귀곡산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날씨까지 흐렸다면, 더 완벽했을 테지.



무료다. 관람 후 자유스럽게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몰라서 그렇지 잘 찾아보면 동물에 관한 자료들이 산재하여 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낙농 국가다 보니 동물의 종류도 다양했다. 박제된 동물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 둘러보느라 심심한 죄책감 마저 들었다.



1층은 주로 작은 동물과 곤충 위주이고, 2층은 대형 동물들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큰 뿔을 가진 동물이 호객하듯 눈길을 끈다. 이는 Giant Deer 혹은 Irish Elk라고 불리는 아일랜드 사슴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사슴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멸종된 동물이다. 아이들의 교육장으로서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이런 극사실적인 동물들을 무서워하지 않을까 오지랖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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