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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 해소에는 순두부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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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당시 내가 속한 어학원에서는 친한 클래스 메이트들과 점심을 함께 했었다. 각 국가를 대표하는 음식점에서 말이다. 모임 구성원이 대부분 남미 혹은 유럽 친구들이었고,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그들은 한식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서 내게 선택권을 부여했다. 당시 아일랜드 생활 초창기여서 더블린 자체에 대한 정보축적도 미진할뿐더러 내가 아는 한국음식점은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한 번이라도 갔던 곳으로 인도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곳이 바로 '한양 식당 Hanyang'이었다. 더블린 생활자에게는 익숙한 곳이다. 저비스 센터와 저비스 루아스 역 근처에 있으며, '한성 슈퍼 Hansung Asian Market' 안쪽에 숍인숍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편하게 슈퍼나 식당 모두 '한성'으로 칭한다. 메뉴는 크게 두 가지 형태다. 뷔페식 메뉴와 단품 메뉴. 뷔페식 메뉴는 매일 20여 가지를 준비해놓는데, 대부분 중국과 한국식 메뉴다. 선택한 세 가지 메뉴와 밥을 한 접시에 덜어서 식사하는 방식이다. 아무 정보 없이 비주얼만 보고 메뉴를 고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특유의 향신료가 들어간 메뉴가 있기에, 안전한(?) 한식을 고르거나 앞에 서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는 걸 권한다. 단품 메뉴는 가판대 위에 약 24가지가 사진과 함께 걸려 있다. 이 메뉴 외에도 가끔 계절별 혹은 개발된 새 메뉴가 추가된다. 단품 메뉴가 좀 더 값이 나간다. 근처 한국식 식당인 해란강이나 김치 레스토랑보다 가격이 저렴해 유학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또한, 포장판매도 가능하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는 날계란이 들어간 '순두부찌개'. 술 마신 다음날 순두부찌개 한 그릇이 들어가면 속이 확 풀린다. MSG가 풍부하게 함유된 것으로 생각하나, 한국적 얼큰함을 채우기에는 그만큼 좋은 건 없었다. 외국인 친구들이 자리에 앉았다. 어리둥절하기에, 그들이 선택하기 좋게 몇 가지 물음을 던졌다. 매움의 강도, 고기의 유무, Rice or Noodle. 그들은 그 매운맛이 궁금하단다. 어쩌다 보니 나를 포함한 5명이 모조리 매운 음식으로 통일, 메뉴만 달랐다. 뭐 결과는 예상한 대로, 대부분 혀를 공기와 최대한 노출하며, "Spicy!"를 연신 내지른다.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은 치켜든다. 매운 음식에 강한 브라질 친구가 있는가 하면, 몇 수저 못 먹고 물만 마시는 독일 친구도 있다. 새롭게 안 사실은 육개장 안에 들어간 당면에 대한 거부감이다. 젤리 같다며, 입에서 도는 식감이 좋지 않은가 보다. 뭐 이 친구들만으로 일반화하기엔 뭐하지만. 이 식당은 중국인이 운영한다. 중국어와 한국어 모두 유창해서 국적이 의심스러운 이모, (지금은 바뀌었겠지만) 부산 사투리가 강한 아르바이트 여직원 등 일하는 분들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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