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손가락이 자판 위에서 머뭇거렸다. 백설 공주와 여왕은 다투기 시작했다.
↳나랑 얘 중에 누가 더 예뻐?
지금 우리가 하는 역극(역할극)은 ‘백설 공주와 일곱 마리 괴물’이다. 중학생 되면서 어울리게 된 커뮤니티다. 학원 시간에 쫓겨 문자나 댓글로 치고받는 게 고작이지만, 스트레스 해소에는 그만이었다.
↳ 빨리 대답 안 하면 박살 낼 거야.
여왕이 재촉했다. 어쩌지? 거울인 내가 나설 차례였다. 머뭇대는 사이 밖에서 엄마가 불렀다. 이대로 나가 버리면 회원들 원성이 클 텐데……. 그래도 지금 엄마한테 들키면 곤란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쨍그랑.
↳헐.
↳깨진 거울 속으로 뭔가가 보였습니다.
하필이면 해설자가 끼어들어 내 역할을 살려 놨다. 해설자 댓글이 달리자 당황했던 여왕과 백설 공주도 다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뭐, 좋아. 거울의 유언은 내가 제일 예쁘다는 거였어.
유언? 자기한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여왕의 속셈이 얄미웠다. 엄마가 재촉하지도 않는데 벌써 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타다닥 자판 소리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저 안 죽었는데요?
거울이 다시 살아나자 백설 공주가 재빨리 나섰다.
↳얘 안 죽었다는데? 그리고 잘 봐. 깨진 거울 속에 내 얼굴이 있어.
↳ 무슨 소리. 거울에 비치는 것은 바로 나야, 나라고!
여왕과 백설 공주는 옥신각신 싸우다가 결국 거울에 분풀이했다. 내가 끼어들 틈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 해설자가 바람을 끌어들여 거울 조각들을 밖으로 날려 버렸다. 공기 중에 떠돌던 거울 조각은 사람들 눈에 박혀 진실만을 보게 되는 저주가 됐다나 뭐라나. 내가 그렇게 어이없이 퇴장당했을 때 방문이 열렸다.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