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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조은 Oct 28. 2022

마녀의 방-2

아르코 문학 창작기금 선정작

다음 날 교실에 들어서자 짝꿍 세희가 아이들한테 둘러싸여 카톡을 주고받는 게 보였다. 내 자리는 벌써 세희의 단짝이 꿰차고 있었다. 비키라고 실랑이하는 것도 귀찮았고 무엇보다 인터넷이 차단된 내 휴대폰으로는 저 틈바구니에 껴 봤자 투명 인간 취급을 받을 게 뻔했다. 


옆 분단에서 유미가 손짓했다. 걸음을 옮기면서 세희를 힐끗 쳐다봤다. 팔뚝에 감겨 있는 팔찌가 보란 듯이 반짝였다. 세희는 예쁜 데다가 엄마의 치맛바람도 유별났다. 선생님들은 유독 세희한테 관대했다. 덕분에 교복 차림에도 별 규제 없이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했다. 이런저런 후광효과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썩 좋지 않은 성적임에도 항상 회장으로 뽑혔다. 


유미가 대뜸 내 팔을 잡아끌었다. 곧 호기심 어린 수다가 이어졌다.


 “지원아 너도 ‘마녀의 방’ 가입했니?”


사팔뜨기 눈이 나를 뻔히 봤지만 귀찮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내가 카페지기라는 것을 들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유미는 ‘오지랖 촉새’라는 별명에 걸맞게 여기저기 안 끼는 데가 없고 게다가 입도 가벼웠다. 나는 능청스럽게 대꾸해 줬다.


“응. 나한테도 초대 메일이 왔더라고.”


학기 초에 받은 비상 연락망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공개 카페지만, 처음 회원 수 채우기에는 딱 좋았다. 

 

“다른 역극 카페는 규칙이 많던데 거긴 없더라.”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가 끼어들었다.


 “카페지기가 초짜라서 그럴걸.”

 

유미가 정곡을 찔렀다. 하지만 나는 되도록 규칙 같은 거 만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이들이 역극 카페를 찾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니까.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놀고 싶어서 하는 아이들을 끌어들일 속셈이었다. 엄마가 인터넷을 차단한 바람에 내 휴대폰으로는 기존 카페에 드나들기가 번거로웠다. 그래서 호기심에 직접 카페를 만들어 봤다. 주로 밤에 컴퓨터를 사용할 때만 들어갔는데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관리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고지식한 유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규칙이 없으면 애들이 댓글을 막 달 텐데.”


뭔 상관인지. 이것저것 못마땅해하는 유미의 수다는 수업 종이 울리고 나서야 멈췄다. 

선생님이 칠판에 문제를 써 내려가자 뒤에서 낮게 키득대는 소리가 났다. 메아리처럼 떠돌던 수군거림은 선생님이 돌아볼 때마다 수그러들었다. 가만 보니 세희도 책상 밑을 계속 힐끔거렸다. 슬쩍 옆구리를 찔러 눈치를 주었다. 

 

“쉿! 이것 좀 봐.”


 세희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엽기 사이트에 접속해 있었다.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봐. 숨 막혀 난리 칠걸.


 설정을 보니 ‘고양이 괴롭히기’였다. 


 “너무하지 않니?”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세희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밑에 주르륵 달린 댓글엔 학대 방법들이 나열되고 있었었다. 평소 같으면 무시하고 외면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얼마 전 기르던 고양이 위니를 잃어버린 터라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길고양이를 주워다 길렀었는데 어느 날 훌쩍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발톱을 하나씩 뽑고 귀를 잘라 버려.

⤷그보다 수염을 태워 버리는 것은 어때?

 

누가 더 잔인한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심하다는 비난 댓글도 달렸지만, 곧 짓궂은 호기심에 묻혔다.

 

⤷고양이 꼬리에 불붙여 보면 어떨까? 엄청나게 빨리 달릴 것 같지 않냐?
 

몸서리가 쳐졌다. 어디에선가 우리 위니가 그런 꼴을 당하고 있을 것 같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퍽!


그만 세희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선생님과 아이들 눈이 한꺼번에 쏠렸다. 


“넌 반장이면서 수업 시간에 이런 짓을 해?”

“호기심에 딱 한 번 접속해 본 거예요.” 

 

세희가 억울한 듯 울먹였다. 선생님은 세희를 심하게 나무라고 아이들 휴대폰을 모두 압수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수업 끝날 때까지 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원망하는 눈길이 한꺼번에 나한테 쏠렸다.


“윤지원 너 일부러 그랬지?”


세희가 매섭게 쏘아봤다. 실수였다고 했지만, 누구도 믿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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