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며칠 후 교실에는 나를 포함해 뒷정리를 끝낸 청소 당번 몇 명만 남아 있었다.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유미 휴대폰에서 계속해서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유미는 가방과 휴대폰을 잠시 책상 위에 놓아둔 채 화장실에 가고 없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도 문자 확인을 하는가 싶더니 나를 한번 힐끗 보고는 서둘러 나가 버리는 게 아닌가. 찜찜한 기분을 떨쳐 버리려고 할수록 계속되는 알림음이 귀를 자극했다. 저도 모르게 유미 휴대폰으로 손을 뻗고 말았다.
⤷누구게?
⤷맞혀 봐.
나만 빼고 우리 반 아이들 대부분이 초대된 단톡방에 글을 올린 것은 세희였다. 뒤이어 뜻밖에도 내 사진이 올라왔다. 언제 찍었는지 우스꽝스럽게 캡처한 얼굴에다가 눈을 위로 죽 찢고 수염도 그려 넣어 고양이처럼 낙서해 놓았다.
⤷왕 재수!!! 윤지원 진짜 모습.
⤷ㅋㅋㅋ 고양이 귀신같다.
비웃고 조롱하는 댓글들이 계속해서 주렁주렁 달렸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다. 떨리는 손으로 이전의 대화 내용도 찾아봤다. 그거라고 별다르지 않았다. 나는 뿌옇게 흐려지는 눈에 힘주었다.
“너 이거 뭐야?”
화장실 갔다 온 유미는 당황해서 얼굴을 붉혔다.
“나…… 나는 댓글 단 적 없어. 대화방에서 갑자기 나가면 애들한테 찍힐까 봐 그냥 두었을 뿐이야.”
“핑계 대지 마. 너도 똑같아.”
나는 눈을 흘겨 주고는 교실을 나와 버렸다.
누군가한테 쫓겼다. 어떻게 된 것인지 내 옷은 찢겨 움직일 때마다 맨살을 드러냈다. 넘어지자 여기저기서 나타난 시커먼 손들이 옷을 마구 찢었다. 몸을 가려 보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손발이 투명한 줄에 묶여 제멋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올려다보니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며 웃고 있었다. 눈, 코, 입이 너무 커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왠지 낯이 익었다. 누구지? 자세히 보니 내 얼굴이었다.
“헉……!”
악몽이었다. 어젯밤 역극이 떠올랐다. 우리는 밤늦도록 신데렐라를 괴롭히며 놀았다. 신데렐라 역을 맡은 것은 세희였다. 내 역할은 신데렐라 언니 1이었다. 특히 언니 2가 얼굴에 상처를 냈는데도 신데렐라가 감쪽같이 성형수술을 하고 등장하자 회원들은 당황했다. 세희는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갔다. 웬만한 상황으로는 당해 낼 수가 없었다. 뉴스에서 본 화상 환자가 떠올랐다. 너무 심한 것 같아 망설이던 중에 유미 휴대폰에 올라왔던 내 사진이 떠올랐다. 속에서 꿈틀대던 감정이 부글부글 끓었다.
‘장난인데 뭐 어때? 진짜도 아니잖아.’
나는 신데렐라 얼굴에 뜨거운 물을 확 부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