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는 날 #2
모 중학교에서 TOCfE 생각도구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만났던 학생들 중 가장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었던 학생들로 기억한다. 수업시간에 늦거나 창문으로 뛰어들어오는 건 다반사이고, 친구 간의 대화엔 욕설이 오갔다.
가지를 배우기로 한 날.
이 날도 친구에게 큰 소리로 욕을 하는 학생이 있어서 수업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었다.
나는 친구에게 욕을 하는 A학생에게 포스트잇과 펜을 가지고 가서 물었다.
"OO아! 네가 이렇게 친구에게 큰소리로 욕을 하니까,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기가 너무 힘들다. 네가 이렇게 계속 욕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고 친구 사이가 멀어지겠죠."
"그래 그럼 친구 사이가 멀어지면 어떻게 될까?"
"선생님 제가 적어볼게요."
A학생은 본인이 스스로 해보겠다며 포스트잇이랑 펜을 가져갔다.
"포스트잇 한 장에 하나의 문장을 적고, 아래쪽부터 붙여볼게요. 그 일이 일어나면 어떤 결과가 오게 되는지 위쪽 포스트잇에 적어주면 돼요."
A학생은 스스로 포스트잇을 채우며 가지를 그려나갔다.
"친구에게 욕을 하면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라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네요. 그럼 이런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욕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해요. 그리고 누군가 제가 욕을 할 때 지적을 해주고, 빨간딱지를 주면 좋겠어요."
"또 어떻게 하면 좋을지 포스트잇에 적어주세요."
A 학생은 포스트잇에 친구에게 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적어 내렸다.
"친구에게 욕하지 말아야지!"라고 말하며 잘못된 행동이나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선생님의 이런 얘기들은 잔소리로만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나쁜 행동을 계속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오게 되는지 가지를 활용해 스스로 알아가도록 한다면 나쁜 습관을 고쳐야 함을 스스로 깨닫게 할 수 있다.
"하지 마!"라는 공허한 잔소리보다 "이 행동을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질문하여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도록 하자.
(물론 욕을 하는 이 학생에게는 욕을 함으로써 충족시키고자 하는 니즈가 있을 수 있다. 욕을 하는 습관 이면의 니즈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TOCfE 생각도구 구름을 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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