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는 날 #3
잔소리 없는 날 #3
2019년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고2 아들이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친구랑 볼링을 치고 있다더니 12시가 넘어도 감감무소식이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볼링 치느라 전화를 못 받는 거겠지, 곧 들어오겠지 하며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아들의 침대는 비어있었다.
다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아들은 저녁 늦게서야 집에 들어와서는 멋쩍은 듯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꺼내놓는다. 늦게 들어온 것을 나무라기 시작하면 잔소리 폭탄이 터질 것 같았다.
“아들아! 네가 전화도 없이 집에 안 들어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니? 또 그것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아? 그것을 지난번에 그린 가지(Branch)로 그려봐 줄래?”
나는 조용히 아들에게 포스트잇과 펜 그리고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지난번에 친구들이랑 강릉 여행을 가기 전에 엄마랑 앉아서 가지를 그려본 터라 아들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들이 그린 가지를 읽어보면>
연락없이 집에 안들어가면 엄마 아빠께 무서운 부재중 전화가 온다.
엄마 아빠께 무서운 부재중 전화가 오면, 분노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그려진다.
(엄마 아빠가 분노하면) 용돈이 삭감된다.
용돈이 삭감되면 나의 지갑 두께가 얇아진다. 그러면 나는 집돌이가 되어 슬프다.
한편 엄마 아빠께 부재중 전화가 오면 나의 부재로 인해 엄마 아빠가 걱정하신다.
그러면 부모 자식간의 신뢰를 잃는다.
부모 자식간의 신뢰를 잃으면 결국 가정에 위기가 온다.
연락 없이 집에 안 들어온 아들에게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네가 이렇게 행동하면 엄마는 너를 신뢰할 수 없어!”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스스로 그린 가지 생각도구를 보니 자신의 부재로 인해 엄마 아빠가 걱정하시고, 그러면 부모 자식 간의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가정에 위기가 온다는 결론을 적어주었다.
엄마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아들은 스스로 가지를 그려나가며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들을 미리 예측해보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럼 이런 결과가 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시 포스트잇 한 장을 내밀었다.
‘나의 부재중 동안 걱정하시는 엄마 아빠를 위해 연락을 꼬박꼬박 하기로 결심했다.’
‘11시까지 될 수 있음 최대한 들어오고 늦으면 전화하여 적절한 사유를 든다.’
“그래, 엄마가 잔소리 안 해도 네가 스스로 알고 있으니 엄마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을게. 네가 한 약속이니까 잘 지키도록 하자.”
TOCfE 생각도구 가지는 내가 지금 취하는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미리 알아보는 논리 나무이다.
취하려는 행동으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면 긍정적인 미래를 디자인하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게 한 부정가지치기 하는 방법은 다음 글에서 소개해보겠습니다.)
가지는 자녀와 학생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인과관계를 생각하며 가지로 그려보게 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스스로 찾도록 해본다면 자녀들이나 학생들을 향한 잔소리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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