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만나는 사람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신청할 수 있는 홈오피스를 내고, 미테 중심가에 있는 Co-working 카페에 가서 일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혼자 밥 먹기도 싫고 밥 먹으면서 맥주 한잔하고 싶어서, 주변 밋업을 검색하다가 Liquid Lunch를 발견했다. 위치도 코워킹 카페에서 5분 거리에 있는 Mikeeller Bar였다. Mikkeller Bar는 다양한 Craft beer를 파는데 3주 전에 친구랑 코펜하겐 여행 가서 정말 맛있게 마시고 베를린에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꼭 가야지 했던 곳이다. (서울에는 베를린 보다 먼저 생겼다고 한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남자 한 명 밖에 없어서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네 명이 되어 있었다.
주최자인 니콜라스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 살다가 이제 갓 상경한 미국인이었다. 친구가 베를린에 Vegan 레스토랑도 많고 꼭 한번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얘기해서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일단 와서 지내다가 원래 하던 데이터 분석가 직업을 찾았다고 했다. 현재는 회사와 워킹 비자를 진행 중인 상태로 일을 할 수 없어서 쉬고 있다고 했다. 다음에 온 두 명은 시드니와 인도 사람이었는데, 시드니 언니 벵은 나보다 나이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벵은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았고, 얘기를 들어보니 아시아와 유럽 여러 지역을 여행 다녔다. 남자친구를 따라 베를린에 왔지만 지금은 헤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돌아가기에는 이 도시가 너무 매력적이라 계속 살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인도인인 샤우낙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베를린에 산지 7년 되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벵언니와 같이 코워킹 카페로 돌아와서 일했고, 언니도 프리드리히샤인 지역에 산다는 것을 알아서 곧 같이 브런치를 먹기로 기약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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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즐거움은 이런 게 아닐까 한다. 다양한 사람을 즐겁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배의 노력이 든다.
한국에서는 사실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좋은 사람들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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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와서는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외롭지 않냐’고 물어봤다.
외로움을 아예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다행히 현재의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외롭지 않게 보낸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관계를 유지하기 노력해야 하고, 한국어로 맛깔나게 떠들 한국인 친구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밖에 만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이제는 힘들 때 연락할 수 있는 외국인 친구가 있고,
한국에서보다 하고 싶은 일들을 도전하기 때문에 바쁘다.
그리고 한국에서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은 결국 내 mindset에서 비롯된다.
(이 사진은 코펜하겐에서 갔던 Mikkeller Bar, 오늘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