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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천협회 윤범사 Apr 14. 2019

드라켄스버그 #5

거성, 용산에 잠들다

버그빌에서 자이언트캐슬로 이동하는 경로는 험난했다. 지도 상으로는 큰길을 따라 주로 이동하다 지선으로 잠깐 이동하면 될 것 같았는데 가장 빠른 경로를 안내하도록 설정된 GPS가 큰길의 중간 지점인 윈터턴에서 지선으로 빠지라고 안내하는 것이 아닌가. 큰 의심 없이 GPS를 따라가던 중 과연 이 길이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퍼뜩 든 것은 산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국립공원 방향이라는 팻말도 없이 향하는 곳에는 산 하나가 덜렁 마주하고 있는 것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그 길에서 산으로 진입했고 이후로는 엄청난 오프로드가 꽤 먼 거리를 함께했다. 빠른 속도로 몰다가 차가 좌우로 미끄러지는 경험을 몇 번 하고서 덜컥 겁을 먹고 4륜 구동으로 바꿔 천천히 달린 기억이 난다.  


진정 이 길 뿐인가

체감으로 약 한 시간 정도 오프라인을 달리다 마침내 자이언트캐슬의 팻말을 발견했을 때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제 안전한 경로로 진입했나 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도로 상태는 마치 시골길을 연상시키는 수준이었다. 중앙선도 없이 차량 두 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만한 도로는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팟홀도 더러 있었다. 드라켄스버그에서 나름 유명한 포인트인 자이언트캐슬로 가는 길이 이것뿐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 입구에 다다라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YES. 나갈 때는 N3 고속도로를 경유하므로 좀 낫겠지 하며 입구를 지나 리셉션으로 이동했다. 


자이언트의 캐슬로 가는 길 치고는 좀 소박하다


리셉션 안에 식당 있다

드라켄스버그의 북부 로얄나탈도 하이킹 코스가 잘 되어 있지만 중부에 속하는 자이언트캐슬 역시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부시맨으로 알려진 산족의 벽화가 보존되어 있는 메인 동굴이 도보로 약 45분 거리에 있어 오후 시간에도 다녀오기 좋다. 리셉션에 도착한 시간이 1시 20분을 조금 넘기고 있었고 메인 동굴의 가이드가 오후 3시까지 매 정시마다 설명을 해준다고 하여 급히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마침 리셉션 건물 안쪽에 식당이 있어 제일 빨리 제공되는 메뉴를 주문하고 식사를 마치니 1시 45분이 되었다. 


발코니가 있는 식당
식사 빨리 갖다 주세요
메인 동굴로 가려면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자이언트캐슬에서 하이킹

3시에 동굴 입구에서 가이드와 만나기 위해 식사를 마치고 바로 출발했다. 리셉션에서는 45분 거리라고 했지만 느긋하게 하이킹을 즐기기 위해 30분 일찍 출발하였다. 이동은 빠르게, 곳곳의 관람 포인트에서는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며 산행을 만끽하였다. 


메인 동굴로 출발!
넌 이름이 뭐니?
팻말을 따라 이동하시면 됩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개방합니다
산길에서 바라본 골짜기
오솔길도 걷고요
쉬어가는 의자가 있네요
이 산을 사랑하셨던 부모님을 기리며 의자를 기증합니다
뒤돌아 보면 길은 산으로 숨어 버리고
다리도 건넙니다
낙석 주의. 머리 조심하세요
산족이 살았을까
동굴 앞 도착
환영합니다
가이드가 나타날 동굴 입구


산족을 만나는 동굴

3시까지 15분 정도 남아서 더 천천히 올걸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입구에서 가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어떻게 왔냐고 물으니 멀리서 오는 나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허걱. 걸으면서도 동굴이 어디쯤 있는 건지 가늠하지 못하고 길을 따라왔는데 내가 보였다고. 나가는 길에서도 동굴이 보이냐고 하니 그렇단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미리 와 준 가이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산족의 벽화를 찾아 동굴로 향해 짧은 거리를 걸었다. 


잘생긴 줄루 청년 가이드. 잘 부탁해
여기가 메인 동굴인가!
날 따라 오소
여기가 그 동굴이오
오옷, 산족 가족이 계셨군요!
널찍한 바위의 측면에 그림을 그렸어요
사냥하는 사람들과 쫓기는 동물
동굴을 하나 더 보여주겠소
이곳은 신성한 제단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인반수, 다리는 사람이요 머리는 짐승이라
동굴을 보호하기 시작한 것이 불과 20년 전으로 그전에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관광객 포즈 한 컷
색색의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노랗고 붉은색의 흙으로 안료를 만들어 그렸다고
역시나 등장인물은 사람과 동물


근데 왜 자이언트캐슬

동굴이라기보다 큰 바위 아래의 공간에서 19세기까지 5천 년 이상 삶을 영위해온 그들의 흔적을 보며 묘한 기분으로 관람을 마치고 가이드와 함께 산을 내려갔다. 멀리서 다시 보니 메인 동굴일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사진을 찍었던 그곳이었다. Giant's Castle. Giant Castle인 줄 알고 거성이라고 말해왔는데 다시 보니 거인의 성이란 뜻이다. 메인 동굴 너머로 거인이 등을 기대고 누워 있단다. 그래? 하지만 자기는 어디가 눈코입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얘기를 듣고 다시 보니 정말 거인이 거기에 누워 있었다. 얼굴을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큰 거인이 성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산합시다
5천 년 전 산족의 어른은 저곳에 가면 살 곳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한다
누운 거인의 얼굴과 목, 가슴과 배에 올려진 손이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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