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머리에 올라

라이온스헤드, 케이프타운

by 기천협회 윤범사

케이프타운에 왔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로 2시간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1년 전에 오기로 해놓고 이제야 왔다. 아쉬움, 서운함 같은 생각이 케이프타운의 뿌연 안개처럼 테이블 마운틴을 휘감으며 맞이해주고 있었다. 생전 처음 오는 곳이었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의 마을에 온 것처럼 친숙했다. 배낭을 메고 도로를 건너는 여행객, 보드를 옆에 끼우고 언덕을 오르는 청년들이 요하네스버그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고 비로소 사람 사는 도시에 온 것 같았다.


사자의 머리에 오르려

케이프타운의 상징과도 같은 테이블마운틴과 라이온스헤드가 멀리서 구름과 안개에 싸여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여름이면 비가 오지 않는다는 마을답게 공기 가득 습기를 머금고 신비로운 것들은 신비감을 더해가는 계절이었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길에 라이온스헤드를 오르기로 결심한다. 한국의 남산을 연상시키며 오르는 자동차 도로는 중턱의 주차장에서 하이킹 코스에 길을 내어주었다. 오후 5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오르려고 입구에 모여 있었다.


등산의 즐거움

드라켄스버그의 하이킹에서도 맛보지 못한, 등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었다. 암벽이 많은 북한산을 일부 떼어다 놓은 듯이 소요되는 시간은 30분 내외로 짧지만 평탄한 흙길과 바위 사이로 난 길이 적절히 어울려 있었다. 불뚝 솟은 사자의 정수리까지 목덜미를 둥글게 돌며 까마득한 절벽을 조심스레 걸어가면 케이프타운의 바다와 백사장, 현대식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도시와 테이블마운틴이 파노라마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서쪽 하늘에서 비치는 햇살에 온몸이 땀으로 젖으면 바닷바람이 알맞게 분다.


cDSCN1770.jpg 중턱에서 시작하는 등산로
cDSCN1793.jpg 테이블마운틴을 왼쪽에 두고 출발
cDSCN1788.jpg 사자의 목덜미를 돌다 보면 아름다운 백사장 캠프스 베이가 나타난다
cDSCN1787.jpg 잔잔한 바다와 패러글라이딩
cDSCN1792.jpg 저곳을 오른단 말이지
cDSCN1799.jpg 햇살에 바다가 부시다
cDSCN1801.jpg 누운 사자의 등줄기, 시그널 힐
cDSCN1802.jpg 시그널 힐 왼쪽으로 보이는 시포인트 쪽 도시
cDSCN1804.jpg 시그널 힐 오른쪽의 도심과 부두시설
cDSCN1807.jpg 길이 가팔라진다 싶어 돌아보니 깎아지른 절벽이
cDSCN1808.jpg 이미 주차장은 까마득하게 멀리
cDSCN1809.jpg 두발로 걸을 것이냐 네발로 기어오를 것이냐


정상을 만끽하다

정상에서 아래를 굽어본 것이 얼마 만인가. 저질이 된 체력이 바닥을 보일 때쯤 정상이 눈높이에서 멀리 보였다. 암벽을 오르듯이 하여 국립공원에서 추천하지 않는 지름길로 먼저 오른 청년들이 걸음을 재촉하였다. 갈증도 고갈된 체력도 그때부터 그만이다. 바람과 하늘과 땀으로 젖은 몸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자아내는 기쁨을 글과 사진으로는 공감할 수 없다. 그대로 그곳의 정상에 서서 서쪽 바다로 해가 질 때까지 몇 시간이고 머무르고 싶었다.


cDSCN1819.jpg 테이블마운틴의 정상에 보이는 케이블카 탑승동
cDSCN1823.jpg 두 팔로 끌어 안아 정상의 기쁨을
cDSCN1826.jpg 산을 삼킬 듯한 구름의 강림
cDSCN1827.jpg 정상에서 보는 부두
cDSCN1832.jpg 새의 눈높이로 세상이 보이는 곳
cDSCN1840.jpg 정상의 기쁨을 함께 나눠요
cDSCN1843.jpg 젊음은 위대하다
cDSCN1851.jpg 젊음은 함께한다
cIMG_0018.jpg 사랑해요 남아공
cDSCN1858.jpg 사자의 머리에 앉아
cDSCN1861.jpg 사랑의 밀어를 나눠요
cIMG_0024.jpg 친구 사이라도 좋아라


오르고 내리는 시간

일정에 없던 등산으로 더 오래 있지 못하고 7시경 내려오는 길을 밟았다. 드라켄스버그의 들판에서 내달린 승마의 질주가 이국적인 체험의 최고였다면 라이온스헤드를 오르는 것은 오래된 기억을 꺼내듯 친숙한 열정의 경험이었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어 쓸 수 있는, 편하고 친해서 종종 잊었던 오랜 기억을 오늘 다시 경험하듯 정상에 서서 오래도록 가슴에 담고 있었다. 내려오는 시간은 오르던 시간보다 월등히 짧은 여정이었다.


cDSCN1865.jpg 다시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cDSCN1867.jpg 친절한 손잡이가 되어 주세요
cDSCN1869.jpg 쇠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cDSCN1871.jpg 발걸음 가벼운 하산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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