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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천협회 윤범사 May 01. 2019

남아공 안에 프랑스

남아공의 작은 프랑스 마을, 프랜쉬훅

1926년에 지어져서 걸음을 뗄 때마다 나무로 된 바닥이 끼익끼익 소리를 내는 2층 구조의 숙소에 머물고 있다. 프랜쉬훅 고등학교 교장의 집으로, 1943년부터 26명 여학생의 기숙사로 사용되다가 1980년 이후 게스트하우스가 된 이 숙소의 이름은 라 폰테인. 이름처럼 정원에 작은 분수가 있는 라 폰테인은 서쪽으로 난 길을 제외하고 북남동쪽이 모두 수려한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 프랜쉬훅에 있다. 케이프타운에서 N1고속도로를 타고 50분 거리에 있는 프랜쉬훅, 그 이름에 프랑스의 전통을 담고 있는 마을의 사연을 들어보자. 


종교의 자유를 찾아 

이야기는 300여 년 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케이프 파견 직원이었던 얀 반 리베이크가 이 지역을 다스리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의 국왕 루이 14세가 그의 조부 앙리 4세가 공포하고 종교 자유의 권리를 허용했던 낭트 칙령을 철회한 것이다. 2~30만 명에 달하는 프랑스 신교도 위그노들이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등으로 피신하게 되었고 1688년 4월 176명의 위그노가 케이프 식민지에 도착했다. 대부분 농부와 포도 재배자였던 이들을 네덜란드 정부는 당시 코끼리가 많아 올리펀츠훅이라 불리던 골짜기로 보냈고 그것이 현재의 프랜쉬훅이란 마을을 형성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프랜쉬훅의 프랑스

현재 15천 명의 거주민이 살고 있는 프랜쉬훅의 동쪽 끝에는 1945년에 세워진 위그노 기념비와 1967년 건립된 위그노 박물관이 있어 이 마을의 정체성을 소개하고 있다. 기념비와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프랑스에서 단체로 오신 다수의 나이 지긋하신 여행객들이 불어로 대화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특히 남아공의 미식 수도로 불리는 이 마을에는 전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선 중 36위를 차지한 Le Quartier Français (The Tasting Room)을 포함하여 남아공에서 손꼽히는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어 다양한 와인과 함께 이 지역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최고의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위그노 기념비
마을을 바라보는 자유의 여인
위그노 박물관
프랑스 노부부
2011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래티넘 파인 다이닝 프로그램에 선정된 Bread & Wine


아름다운 마을, 프랜쉬훅

수많은 와이너리와 포도밭이 도로 양 옆으로 툭툭 채이고 삼면을 둘러싼 산의 절경을 향해 달리면 어느새 도착하는 골짜기 마을 프랜쉬훅. 와인과 미식을 즐기지 않더라도 화사한 햇살과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소박한 마을을 산책하다 보면 오밀조밀한 갤러리와 공예품점을 기웃하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위그노 1세대의 언어는 아프리칸스에 녹아들어 사라졌지만 그들의 문화는 강하게 살아남아 프랜쉬훅을 오래도록 붐비게 할 것이다. 남아공의 작은 프랑스, 프랜쉬훅에서 결코 후회하지 않을 며칠을 보내보자.


오전에는 구름 많고 점차 개는 매일의 날씨
2011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래티넘 파인 다이닝 프로그램에 선정된 루벤스
아프리카 공예
상가는 열려있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불만 있냐
메인스트리트를 중심으로 가끔 나타나는 쉼터
19세기 중반에 건립된 네덜란드 개혁교회
프랜쉬훅 지자체 사무소
산이 가까이 삼면을 둘러싸고
포도밭은 산 중턱에도
어느 게스트하우스를 찾으시나요
86년 된 라 폰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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