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루트 서쪽. 모슬베이, 조지, 윌더니스와 오츠혼
가든루트의 마지막 일정으로 조지에 머무르고 있다. 가든루트의 서쪽 끝에 해당하는 주요 지역은 해안에 가까운 모슬베이, 조지, 윌더니스와 약간 내륙으로 들어가는 오츠혼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나이즈나 이틀째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여 조지에 머무르는 이틀 내내 비가 끊이지 않았던 관계로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내륙 쪽은 구름이 많이 낄 뿐 비가 간간히 내려 날씨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내륙 위주로 돌아보았다.
점심 즈음 도착한 조지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오후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실내에서 가능한 활동을 찾으니 오츠혼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캉고동굴이라는 석회동굴이 있었다. 캉고동굴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튼튼한 바지와 가벼운 상의가 적합하다. 점잖게 걸어서 짧은 구간을 한 시간에 보고 오는 스탠다드 루트와 석회암 사이를 온몸으로 헤집어야 하는 한 시간 반짜리 어드벤처 루트가 있는데 당연히 어드벤쳐 루트를 다녀와야 캉고동굴을 다녀왔다고 할 수 있다.
첫날 반나절은 캉고동굴을 다녀오면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 되어 일정이 끝난다. 역시 비가 오고 있는 조지의 이튿날 인터넷으로 날씨를 조회해봤지만 구름과 비가 동반하는 오츠혼의 날씨. 그러나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오츠혼에서는 타조를 말 타듯 타야 하는데 타조농장을 찾기 전에 CP 넬 박물관을 들러 오츠혼의 타조 산업 흥망에 대해 공부하고 가자. 같은 입장권으로 무료 방문이 가능한 오스트리치 페더 하우스는 타조털로 벼락부자가 되신 분이 지었던 주택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타조를 타고 싶은 열망으로 박물관에서 요점만 파악하고 얼른 나와 타조 농장을 찾아갔다. 마침 2분 전 시작한 투어의 대열에 합류하여 가이드분의 안전한 진행을 받아 타조와 친해진다. 타조와 조우했을 때 가슴을 땅에 대고 눕는 것이 죽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란다. 시속 60km의 타조를 피해 달려갈 수 없고 맞짱을 떠도 두껍고 강한 발톱에 가슴팍이나 머리를 찍히면 한 방이라고. 타조의 무서움을 알았으니 이제 타조를 탈 차례. 단 몸무게가 75kg 이상이면 타조 다리가 부러지니 탑승을 사양해야 한다.
타조 타고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폭포를 보러 가자. 오츠혼에서 캉고동굴로 가는 길 중간에 오후 4시 30분까지만 개방하는 Rust en Vrede 폭포가 있다. 오츠혼의 상수원으로 지방정부에서 관리하며 생긴 것과 규모는 마치 강촌의 구룡폭포와 닮았다. 물이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으니 입수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마을 사람들이 식수로도 사용하는 상수원인 만큼 오물 투척도 금지. 폭포로 가는 길이 비포장 오프로드이므로 4x4로 가는 것을 권장한다.
조지에서 오츠혼으로 가는 길에 지나게 되는 우테니카 산악 드라이빙이 그냥 커피라면 오츠혼에서 프린스 앨버트로 가는 스와트버그 패스는 TOP랄까. 자연보호 구역이기도 한 스와트버그 산길은 개인적으로 드라켄스버그보다 스릴 있었다. 깎아지른 절벽을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랴 절경 구경하랴 잠시도 부주의했다가는 큰일. 엄청난 압력으로 휘어진 후 융기한 거대한 지층이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프로티아를 비롯한 갖가지 초목이 고운 자태를 선사하는 스와트버그. 남아공에서 손꼽히는 볼거리임에 틀림없다.
나이즈나에서 고즈넉하게 말년을 그리던 정신세계에 강력한 펀치를 가하는 오츠혼 일대에서 모험과 신비가 가득한 나라, 우리가 꿈꾸던 그곳을 그려본다. 예닐곱 즈음이 된 아들과 함께 스와트버그를 지나며 연신 감탄을 쏟아내는 모습을 행복하게 상상해본다. 이런 것이 산 교육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남아공의 자연을 사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가든루트 서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