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씻어 시간을 지어 먹였다
엄마의 집에서 보낸 평범한 시간
엄마는 같이 살았을 때보다 더 자주, 오래도록 시간을 함께 보낸다. 비록 한 달에 한 번 꼴로 주말에 만나지만, 엄마의 집에 있으면 하루의 대부분은 밥을 먹고 TV를 보고 콘솔게임을 하며 보내기 때문에 그 시간과 공간에는 종일 엄마와 나뿐이다. 마치 데이트를 하듯 내내 엄마와 같이 보내는 하루가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것 같지만, 밥을 먹고 TV를 보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가정사이므로 다만 단둘이 집약된 일과를 보낸다고 해서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자주 갖고 싶은 이유는, 소중한 시간이 잠시도 머물러주지 않는다는 걸 엄마도 나도 같이 느끼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만큼은 10년을 살아온 인생에 가장 값진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나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엄마는 천천히 쌀을 씻고 압력밥솥에 불을 지펴서 뜸을 들이고 밥을 짓는다. 마치 엄마가 시간을 지어내는 듯 놀라운 순간, 맛있는 밥냄새가 나고 잠시 시간이 머무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