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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천협회 윤범사 Nov 03. 2019

계절에 한 번만 해도 좋은 수련

총재님이 이 제목을 싫어하십니다.

어쩌다 보니 올해는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에 한 번씩 수련터에 나가고 있다. 수련터에 나가지 않는다고 수련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를테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든가 (feat. 유튜브) 운동장 한 구석에서 슬쩍 몇 동작 해본다든가 (아들 야구교실에서 응원은 안 하고..) 자기 전에 잠깐 자세를 서본다든가 (정자세로, but 아주 짧게) 하는 식이어서 여럿이서 근육이 뻐근할 만큼 몸을 많이 써서! 한 것은 올해 세 번이 넘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연애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기천 입문 22년 차에 사춘기처럼 찾아온 '수련을 왜 하는가' 하는 생각이 수련을 멀게 한 것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기천 수련을 왜 하나요?

   

태권도를 위시로 종래의 무술은 스포츠화 되고 싸움의 기술로서는 격투기가 부상하는 요즘에, 기천은 포지셔닝이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대련 도중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칙이 정돈되어야 하고 격투기로서는 대련을 위주로 수련되어야 하는데, 기천이 가고 있는 방향성은 적어도 스포츠나 격투기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스포츠나 격투기 선수가 되고자 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이 수련을 왜 하는가. 무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희화화되는 것에 대해 답을 찾고 싶었다.


수련은 생각이 아니라 몸으로


모른다, 기천이 나중에 스포츠가 될 수도 있고 파이터가 즐겨 찾는 격투기로 쓰일 수도 있다.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심사인 오늘 오래간만에 수련답게 몸을 쓰면서, 22년간 이 수련을 놓지 않게 한 기천의 순기능을 다시 느꼈다. 그러고 보니 만인에게 전해서 만인이 행하게 하라, 는 전해오는 말이 내 고민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만인이 배울만한 게 격투기에 국한될 리 없잖아?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 기천은 지금 할 수 있는 역할을 이미 다 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2019년 가을, 기천협회 심사 기념사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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