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동아리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청송대로 가 내가신장과 육합을 배우던 때, 대학 4년간의 동아리에서 가져가고자 했던 목표는 기천1수였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으로 대강당 무대에서 보았던 빠르고 역동적인 몸짓은 너무나 매혹적이었고 한두 달이 지나 어느새 상경대학의 언덕과 계단을 오르는 몸이 나도 몰래 가벼워졌으며 고등학교 시절 나무 등받이에 닿아 멍이 들어있던 허리뼈 돌출이 없어진 것을 본 후, 기천은 명확한 목표와 과정이 증명되는 인생 최고의 파트너가 되었다. 반장, 반장집기, 타권반장, 타권, 칼잽이, 어장법, 원반법, 선방법, 등천, 삼권, 전/측/후행각, 상/중/하돌개, 수낙어각, 풍낙어수, 복호파적, 낚시걸이, 월야차, 월광어수, 마법역권, 양권, 양각권, 양수일권, 등타, 소내역권, 붙임수 등의 단수를 범도보, 소도보, 삼성보, 십자보, 또르륵보에 얹어서 익히고 나서 칠보절권을 시작했을 때는 목표에 가까워지는 성취감도 있었다.
졸업을 반년 앞둔 가을, 도서관 앞에서 기천1수와 삼수발차기로 공연을 마치고 이후 10년 동안 홀로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머릿속 한켠에, 생활 반경 어딘가에서 늘 잊지 않도록 연습하다가 14년 여름이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에 다시 청송대에서 배움을 이어갔다. 기천2수, 3수와 천강권, 어룡장까지 단번에 진도를 빼고 나니 기천의 만법을 관통하는 무엇을 찾게 되었다. 근원적으로는 천강권 앞절이 대풍역수가 되고 결국은 단배공 심법과 내가신장이 기천의 시작과 끝이라고 하는데, 가슴에 와닿기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있었다.
올해 기천협회 지도자 과정을 밟으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바른 자세, 수풀이, 바른 궤적과 원보법, 박자를 중점적으로 익히면서, 애초에 대양진인이 말했듯 기천의 모든 수는 반장에서 분화되었고 반장의 심법과 3박자 궤적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음을 느낀다. 가로, 세로, 대각선의 반장에서 연장되어 흐르는 어장법, 반장의 가로, 대각선으로 시작하는 소내역권, 반장의 대각선으로 시작하는 칠보절권, 그리고 전후관계는 모르겠으나 반장 혹은 용틀임의 어룡장까지 하나로 꿰어지는 것을 느낀다.
애초에 일법을 찾은 것은 만법을 익혀도 부족함을 느낀 까닭이었고 일법을 찾고 나니 더 이상 만법에 기웃거리는 마음이 없어졌다. 마치 살사를 추듯 박자에 맞춰 걸음 위에서 수를 자유로이 놓는 것이 기천수, 천강, 어룡 이후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