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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천협회 윤범사 Apr 04. 2019

드라켄스버그 #3

로얄나탈과 버그빌

낯선 초행길에 동선과 소요시간을 파악하는데 구글맵만 한 것도 없다. 클라렌스에서 드라켄스버그 북부의 로얄나탈 국립공원을 경유하여 버그빌의 숙소까지 이동하는데 구글맵으로 파악한 시간이 약 3시간이었으므로 클라렌스에서 서둘러 오전 8시 30분경에 출발하였다. 버그빌의 숙소에서 20분 거리의 마장에 오후 2시 승마 예약을 걸어두었기 때문에 점심식사 시간을 고려하면 빠듯한 일정이었다.


이 길이 아닌데

구글맵으로 사전 파악한 이동 경로. 클라렌스에서 로얄나탈까지 1시간 20분, 다시 로얄나탈에서 버그빌까지 1시간 40분이 걸린다. 고 한다.

클라렌스에서 로얄나탈로 가는 길은 공사 중인 구간이 많았다. 원래 편도 1차선 도로라서 고속 주행이 어려운데 공사 중에는 한쪽 차선을 막고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도착이 지연될 것이 분명했다. 구글맵에 의하면 로얄나탈에서 버그빌까지 1시간 40분이 걸리므로 지체되는 시간만큼 로얄나탈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줄어드는 셈이었다. 로얄나탈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1시간으로, 어쩌면 30분 만에 둘러보고 나와야겠다 싶을 정도로 교통 상황은 좋아질 기미가 없었다.


그렇게 GPS를 따라 대관령 같은 산악 도로를 통과하고 오른편으로 스터르크폰테인 댐을 지났다. GPS가 예상하는 도착 시간에 가까워졌을 즈음 지나가는 도로 표지판에 버그빌의 숙소 이름이 순간 지나갔다. 어. 그럴 리가 없는데. 로얄나탈과 가까운 도로에 숙소 표지판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스터르크폰테인 댐을 지난 것도 이상했다. 맵에서는 로얄나탈에서 버그빌로 이동하는 경로에 댐을 지나게 되어 있었다. 로얄나탈을 맞게 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데.  


일타쌍피 일거양득

마장에서 숙소까지의 거리를 전화로 확인하고 구글맵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얄나탈과 숙소가 맵과는 다르게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었다. 중간에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로얄나탈 도착 시간은 10시 30분. 3시간이 걸릴 줄 알았던 거리를 2시간 만에 온 것 아닌가. 마장이 2시 약속이었으므로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해도 2시간 30분이나 로얄나탈을 둘러볼 수 있다. 사전 조사가 틀렸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시간을 벌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로얄나탈 하이킹

드라켄스버그 북부의 대표적인 국립공원 로얄나탈은 제대로 보려면 며칠이 걸릴 만큼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선보인다. 리셉션에 들러 할애할 수 있는 시간에 적당한 코스를 물어보니 고개 루트를 추천해 주었다. 고개 루트라. 드라켄스버그에 와서야 한국에서와 같은 등산이 남아공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림포포나 음푸말랑가의 국립공원은 모두 차량으로 이동하며 둘러보는 곳이어서 걷는 등산에 익숙했던 내게 꽤나 이질적으로 다가왔었던 기억이 났다.


국립공원은 리셉션부터
로얄나탈 국립공원 리셉션 진입로
로얄나탈의 상징, 폭 5킬로 높이 1킬로에 해발고도 3,047미터와 3,165미터를 잇는 바위 병풍 앰피씨어터. 직접 보면 어마어마하다.
고개길로 고고
이런 산길 그리웠어
길에서 만나면 서로 사진 찍어주는 미덕
고개는 이쪽
나무다리도 건너고
고개 하나를 넘어 뒤돌아 본 전경
이런 고개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래서 고개길인 듯.


말 타러 가려고 하고 있는데

고개길을 끝까지 갔으면 좋았는데 어느덧 마장에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쉬움은 앰피씨어터에 던져두고 미리 전화로 예약했던 노던 호스라는 마장으로 떠났다. 마장을 5분 거리에 두고 올아웃어드밴쳐스라는 야외에서 토스트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그러는 사이 2시에 만나기로 한 승마가이드가 앞 타임 인솔 문제로 30분 정도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을 줬다. 뭐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오는 길에 숙소 팻말을 보아서 위치도 파악했고 2시간 승마해도 5시까지는 숙소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유낙하와 흡사하다는 킹스윙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가족들. 올아웃어드밴쳐스에서


말 탈 준비 다 하고 있는데

조벅에서 가져온 복장을 모두 착용하고 시간이 남아 들판에 벌러덩 누웠다. 갑자기 우르릉 하는 소리가 나고 아주 멀리서 비구름이 이동하고 있었다. 비 맞으며 달리면 더 신나겠군. 이런 순진한 생각을 하며 기다리다 돌아오는 앞 타임 사람들을 보았다. 2시간 익스피리언스드 기승의 세계로 인도해줄 인솔자와 함께. 그러나 인솔자의 한마디, 비가 오면 철수해야 한다는 말에 이어 비가 내리기도 전에 마장 본부에서 정식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번개에 의한 사망사고 사례도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마른하늘에 불청객 먹구름
비 안 오겠죠? 걍 갑시다
철수 명령 후 짧게 캔터 4회 실시하였으나 아쉬운 표정 감출 수 없어


내일을 위해 숙소로

금방 그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기다려봐도 그치기는커녕 비가 더 거세지더니 급기야 엄청난 폭우와 천둥 번개로 돌변하였다. 숙소로 가는 길은 나무도 없는 초지에 급하게 오르기만 하는 구불구불한 언덕길이어서 번개라도 맞을까 겁이 났다. 겨우 숙소에 도착해도 차에서 내릴 엄두가 안나 한 시간을 넘게 차 안에서 기다렸다. 비가 다소 잠잠해지고 전기와 통신이 두절된 숙소에서 하릴없이 내일을 계획했다. 원래 계획으로는 커씨드럴 피크와 자이언트 캐슬을 보고 클라렌스로 돌아가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는 개었지만 드라켄스버그 승마는 기약도 없이 바이바이
너도 달리고 싶냐
버그 하우스 앤드 카티지
하룻밤 묵을 카티지
언제 그런 비가 왔었냐는 듯 개이는 하늘
어린 말들도 좋아서 덩실덩실
실루엣이 멋진
숙소 주인의 추천으로 석양이나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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