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 10,000의 APP 서비스 운영을 통한 신규 기획
회사에 처음 입사하자마자 내가 맡게 된 수많은 일 중 하나의 일이 있었다.
바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앱 서비스 운영이었다. 당시 모바일 앱 기획자로 입사하였고 나에겐 어마어마한 산 같은 업무였다. 왜냐면 안드로이드 앱 10종 (Active 한 앱만..), iOS 앱 10종이었기 때문이었다.
앱 운영 업무를 맡으며 진행한 일은 총 세 가지이다.
1. 앱 분석 및 리서치 (어떤 서비스인지 파악)
2. 앱 운영 (어떤 이슈가 있는지)
3. 앱 신규 개편 제안
이 글을 쓰고 공유하는 이유는 경험 공유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발행하는 것이기에 다소 길지만 상세히 경험을 적어보려 한다. (실제로 앱 개편이 시작되었다)
개인적인 사견으론 마치 앱과 2년간 연애를 하며 새로운 연애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기분도 든다.
결론적으로 난 창업을 하게 된다면 앱은 만들지 않을 거다.
처음에 입사하자마자 한 일은 해당 업무를 부여받고 앱 리서치를 시작했다.
브런치에 올린 첫 매거진 '누구를 위한 리서치' 시리즈가 앱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뭐든 열심히 하고 싶은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그렇게 내가 운영해야 할 앱들에 대해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앱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먼저 10개의 앱들은 모두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바로 영어교재를 산 사람들이 앱에 접속해 구매한 제품의 영상을 앱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이다. 고객들이 산 제품보다 앱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기능은 없었다.
그렇기에 적당히 구색만 맞춘 서비스로서 앱이 10개나 있었다. 즉 앱이 특색 없이 브랜드별, 사용자별 파편화가 되어있었다.
우선 입사 후 3개월간은 각 앱에 대해 파악을 하고 이 앱이 엄청 꾸졌네!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운영해봐야지'라는 마음이 강했다. 언젠가는 개편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에.
(1) CS 대응
내가 앱 신규 기획을 이를 갈고 하게 해 준 운영기간.
운영기간만 따지면 약 2년간 진행해왔고 그동안 처리한 CS만 150건 이상이 넘고 (메일 검색해보니 CS센터랑 주고받은 메일만 840건이 넘는다) 신규 교재 출시로 앱에 교재를 탑재하는 일을 4번 진행했다.
그래도 운영기간에 얻은 수확은 개발사 관리, 앱 콘텐츠 추가 및 관리 등이 있다.
우선 자사는 내부에 앱 개발자가 없고 100% 외주에 의존해 앱 유지보수를 진행해왔기에 사원부터 외주 개발사에 일을 요청하고 일정을 닦달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전화도 참 많이 하고 메일도 참 많이 보냈다.
우선 앱 CS 운영 프로세스는 이와 같다.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찾아내고 진단하고 해결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Case 1과 같이 외주 개발사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경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의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었다.
교재를 사고 정품인증을 한 사람이 본인이 산 교재를 앱으로 이용하다 보니 위의 Case들이 생겨났고 같은 문제 같아 보여도 해결방안은 다르기에 처음에 많이 헤맨 부분이다.
(2) 콘텐츠 추가
교재가 추가되어서 출시하게 되면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로 콘텐츠를 추가하게 된다.
교재 시리즈별 교재 15권 내외, 영상 2종 정도가 앱에 탑재되며 이 기간 동안 개발사에 업무 의뢰와 콘텐츠 추가 작업을 동시 진행한다. 근데 아직까지 의문인 건 영상 콘텐츠 탑재를 위해 모바일 앱 운영자가 영상 자막 작업을 하는 일이다. 해당 업무는 나의 강한 반발로 4회 교재 추가 작업 중 2회는 단기 용역으로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 자막 작업을 할 때,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지 하고 고민이 많았다. (자막 작업을 하면 제가 리스닝이나 영어 작문이 늘게 되나요, 아니면 영어타자가..? 그래도 의견을 잘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팀장님)
(3) 사용량 분석
대망의 사용량 분석.
아마 이 부분을 위해서 해당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우리 앱에서 사용자 로그를 추적하기엔 분석체계가 잘 갖춰져있지 않다. 그렇기에 스토어에서 제공하는 정보로 앱의 사용량을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스토어마다 제공하는 앱 사용량 정보가 다르고, 앱스토어는 옵트인이라는 내용이 있어 분석 시 유의해야 한다. 또 지난 1년 전 스토어 분석을 했을 때랑 현재랑 접근 가능한 분석 척도가 다르다. 그렇기에 분석을 시작하기 앞서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유료)에서 제공하는 평가항목에 대해 세세히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 내가 정리한 데이터는 가장 많은 공수가 드는 서비스를 분석해 보고할 일이 있어 준비했다.
우선 안드로이드는 사용 중인 기기에 설치된 횟수와 iOS 활성 상태를 비교하고, 세션을 비교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정보는 OS별 고객 분포를 유추할 수 있다. (해당 표의 로그인 수 같은 경우는 앱에 삽입된 로그에서 추출한 값이다. 지금이라도 앱에 로그를 삽입해서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 활 설상태를 살펴봄으로써 해당 서비스가 월간 얼마나 사용되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4) 리뷰 분석 및 대응
부끄럽게도 리뷰 분석 및 대응을 한 적이 없다.
그래도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고객이 쓴 리뷰에서 추출한 단어와 평점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근데.. 회사에서 정말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 6년간 개편 없이 유지만 해온 서비스라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면 정말 울먹울먹 하며 리뷰를 볼 수밖에 없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내성이 생겨 '네, 빨리 CS 대응해서 불편함 없애드릴게요' 하며 웃어넘길 수 있지만 처음엔 정말 충격이 컸다.
그래서 이를 갈고 신규 개편 제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때마침 회사에서 MBA강의를 진행하게 되었고 나는 패기 있게 팀을 꾸려 (디자이너 2, 개발자 2, 기획자 나/ 바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구박받으면서 신규 개편 제안에 힘을 쏟았다.
처음에 해당 주제를 제안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1) 고객들이 더 이상 퀄리티 낮은 서비스를 받게 하고 싶지 않다.
(2) 운영 공수 좀 줄이고 싶다.
막상 MBA 원론을 배우고 이를 실무에 적용하다 보니 회사에서도 나름 이유가 있어 해당 서비스에 큰돈을 투자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ROI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느낀 것은 회사는 결국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며, 신규 서비스가 내가 처음 접근한 위의 두 가지 이유로 시작되기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1) 앱 사용자를 재 정의했고 (2) 앱의 현재 문제점과 회사에서 투자할 만한 서비스 사이의 갭을 줄일 수 있는 기획과제를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인 상무님이 (실 결정권 자이 기도한) 머리를 맞대고 회사에서 투자할 만한 요소가 있게 잘 이끌어주셔서 내가 투자자라도 상당히 혹할만한 기획과제가 나왔다.
기획과제를 명확화 한 후 목표를 이루기 위해 (3) 사용자 인터뷰, 데스크 리서치, 프로토타입 제작 등을 통해 (3) 서비스의 디테일을 정의했고 (4)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성적/ 정량적 효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결과는 해당 서비스 개편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기획 그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6년간 개편 없던 서비스가 개편을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예전부터 현 상태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던 나의 행동이 해당 서비스에서도 개편이라는 결과로 이루어져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래서 나와 같이 앱 개편을 제안하고 싶은 경우, 회사에서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들로 (매출 상승, 고객관리 등) 결정권자를 혹하게 하고 그다음에 사용성 개선, 운영 편리 개선 등을 기획에 잘 녹여낸다면 실제 개편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또 IT 계열 서비스 기획자, 디자이너라면 경영학을 공부하고 실무에서 이를 잘 녹여낸다면 사업기획이 가능한 실무자가 되기에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끌고 가기 수월할 것이다.
물론 사내 교육과정의 일부로 6개월간 진행한 MBA를 듣고 나도 이제 경영학 석사 뺨치는 실력이 쌓인 것 같아! 하는 건 정말 어림 반품 어치도 없는 자만한 생각이긴 하지만 해당 과정을 통해 경영학 석사로 진학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 책으로라도 꼭 접해보길 권한다.
참 공부할 건 많고 적용해볼 만한 것은 더욱 많아 즐거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