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언니 Dec 28. 2019

서비스 기획자로 살아가는 나날

UX 디자이너로 시작해 서비스 기획자라는 포지션을 업으로 삼기까지,

안녕하세요, IT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지난 몇 년간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나를 소개하는 문구이다.

디자인과를 졸업해 서비스 기획자로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이 있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한 회사의 IT 담당자 포지션에서 고군분투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늘 이상적으론 완벽한 기획을 추구하지만 그럴수록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가 커져 괴로워하는 기획자)


디자이너에서 기획자로 전향 후 기획이 밥벌이가 되기까지 과정은 '서비스 기획자로 살아가는 나날'이라는 타이틀로 압축할 수 있다. 지난 4년 간 나의 눈물겨운 성장과정이 농축된 타이틀이다.  

아직 성장 중이고 더 많이 배워야 함은 매일매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지난 4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기에 내가 경험한 다양한 회사들에 대해 공유해보려 한다.



01. 내가 왜 스타트업을 갔지?(후회막심)

처음 UX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나이 25살이었고 패기 넘치고 열정 넘치는 신입이었다.

대기업 리드타임에 지친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불확실한 취업을 준비하는 데에 지쳐있었다.

결국 HR리크루팅 사이트에 올라간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한 스타트업 면접을 보고 다니게 됐다.

규모는 총 5명이고 회사 주력 서비스는 소개팅 앱이었다.

3개월 간 다녔고 결과는 임금체불로 인한 자발적 퇴사!

1개월째만 임금이 나오고 (심지어 수습 80% 지급) 2,3개월엔 회계 정산 문제로 2일 늦게 준다, 준다 하더니 결국 두 달이 밀렸다. 이상함을 눈치채고 둘러대며 퇴사했는데 대표가 이틀 뒤 구속되었다.

결국 나라에서 임금을 주는 소액체당금 제도를 이용해 1년 만에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월급이 하루라도 늦어지면 도망쳐!



02. 내가 창업자가 되어야겠다.

대기업 준비를 하며 면접 스터디에서 만난 친구(대표)가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우리 같이 작업해볼래?" 당시 나는 위에서 말한 거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임금 체불된 지 약 1달이 지난 상태였다. 바로 좋다고 하며 운 좋게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 개발자와 함께 셋이 저녁부터 새벽까지 작업했다.

회사 끝나면 다시 회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 대표가 창업지원센터에서 투자를 받으며 인턴도 뽑고 사무실도 얻어 작업을 해나갔다. 그런데 열정의 정도가 달랐다.

처음 생계가 유지되며 창업을 했을 때 나의 열정과 달리, 수입이 없어진 상태의 창업은 죽을 맛이었다.

(투자받은 돈을 창업자들이 사용할 수 없다.)

결국 각자 회사를 찾다 해당 서비스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렇지만 이 경험이 회사를 더 열심히(?) 다니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 된 건 확실하다.


03. 중소기업 서비스 기획자로 이직

그렇게 방황하던 중 오래된 영어교육 회사에서 면접 제의가 왔다.

이름도 알만하고, 규모도 크고, 오래됐고, 연봉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 바로 면접에 콜 했다.

이 회사에서 거의 2년 반을 다녔는데 덕분에 신입 기획자로 시작해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계기였다. 다만 IT 전문회사가 아니고 IT서비스에서 수익창출이 나는 회사가 아니었다.

2년 접어들 때 즈음 IT 회사로 이직이 절실해졌고 미친 듯이 입사지원서를 냈다.

(미리미리 준비해두어야 나중에 밤을 안 새운다.)


04. 대기업 이직을 향한 고군분투

스타트업, 중소기업을 거치면서 정말 목표가 명확해졌다.

'대기업에 가야 한다!'였다. 돈 때문도 아니었고 명성 때문도 아니었다.

대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체화하고 싶어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회사 공고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입사지원서를 냈다. 그렇게 해서 IT서비스 기획자로 5군데 면접을 보게 되었고 총 3개 회사에 합격했다.

그리고 현재는 이직한 지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이직 시 면접을 보게 된 루트는 생각보다 특이했고 지인 찬스도 종종 있었다.


- 지인 찬스 (1)

정말 친한 친구가 좋은 자리가 있다며 제안을 했다.

대기업 산하 문화재단인데 당시 이 커리어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 고민을 많이 했다.

'규모가 크진 않을 텐데', '기획자가 나뿐 일 텐데' 라며 고민을 하다 막상 회사 서비스를 살펴보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이란 걸 깨달았다. 1차 면접 때도 진정으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배경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보다 역량에 초점을 두며 면접을 진행했다. (느낌이 왔다, 합격) 하지만 1차 이후 2차에 대한 안내는 받지 못했는데 2차 과제 면접이 잡혀 3주 정도 준비했다.

가장 인상 깊었고 이 회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2차 과제 면접 때 들어가자마자 "바빴을 텐데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줘서 정말 고마워요."라는 면접관의 진심 어린 감사인사 덕분이었다.

결과가 어찌 됐든 정말 좋은 면접을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합격하게 되었다.(지금 완전 만족)


- 지인 찬스 (2)

L사는 이전에 인턴 했던 팀에서 T.O가 났으니 지원 생각이 있다면 추천을 해주겠다고 하여 지원하게 됐다. 다만 1차 실무진 면접 때는 분위기가 괜찮았고 덕분에 인사팀 면접을 다시 보게 되었지만(실무 면접 이후 2달 만에), 인사팀 면접은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 있다 왔으니 사회경험이 아예 없는 거고 본인 회사에 왜 다시 지원을 안 했는지, 지금 3년 차와 내 차별점이 뭔지, 뭐가 뛰어나지 않은데 굳이 너를 뽑을 이유가 없다느니, 정말 1시간 동안 취조당하듯 '너는 스펙도 안되고 너 역량도 별로고 사회경험도 없는데 내가 널 왜 뽑아야 해?'라는 식의 아주 재수 없는 면접을 경험했다. 심지어 그 회사는 면접 이후 나에게 계약직을 제안했다. (얼마나 갑질 의식이 있는 건지, 심지어 을 회사인데)

면접관님, 당신 태도가 나에겐 회사의 얼굴인데 아주 못돼 먹었네요, 거기 회사


면접관 앞에서 이럴 거면 왜 불렀냐고 따졌어야 했는데 그 말을 못 하고 나온 게 분하다.

인턴 때 좋은 경험은 좋게 남겼어야 했는데 내 욕심이 과했나 보다.

하지만 이렇게 나를 짓누른 회사가 있는 반면 정말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들도 있었다.

이때 느꼈다. 내가 만일 다양한 면접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내 자존감은 정말 바닥을 쳤을 테지만

정말 운 좋게 동시에 몇 개 회사 입사 전형을 함께 진행하며 나를 다잡았다.


- 브런치를 통한 연락

한 회사는 브런치에서 내가 쓴 글을 보고 회사에 잘 맞는 인재라고 생각하여 연락해왔다.

면접을 볼 당시에 나는 이미 다른 회사로 이직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평소 좋아하던 서비스를 만든 회사라 방문했다. 이 회사는 굉장히 나이스 했다. 스타트업이지만 대규모 투자를 받고 폭발적으로 성장해가는 회사였고 인원도 100명 이상이 되는 규모였다. 또 면접 시작 전에 회사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고 나의 의사에 대해 예의 있게 물어봐주어 여러모로 인상 깊었다. 만약 이직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갔을 테지만 타이밍이 아쉬웠다.

그래도 이 경험을 통해 브런치 중요성을 깨달았고 앞으로도 열심히 써보려 한다.


이렇게 서비스 기획자가 된 후 경험을 적어봤더니 나에게 생각보다 많은 기회가 열려있었다.

많은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고 내가 쌓아온 경험이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지난날 동안 숨 가쁘게 달리며 기획에 대한 열망을 더 키울 수 있었다.


 물론 내 삶이 완벽하고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기획을 향한 내 열정이 전문성과 더해져 정말 기획 전문가가 되고 싶다. 5년 뒤엔 어떤 기획자가 되어 어디에서 나를 필요로 할지 내가 성장하는 방향이 궁금하다. 내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공부하고 공부해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