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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언니 Apr 11. 2021

나는 지금쯤, 어디에 와있을까?

잠시 쉬어가는 시간

회사에서 진행하던 큰 프로젝트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달려가지도 않고 쿨 다운하며 천천히 마무리하는 단계에 왔다.

기획보단 매니징에 초점을 두며 진행한 프로젝트는 내 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게 했지만, 

또 한편으론 바쁘단 핑계로 회고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전 글 '화면 설계 안 하는 서비스 기획자'에서 처럼 이직 후 내 롤이 정말 많이 바뀌었고 그 역할을 해내고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다른 기획자가 그려온 기획서를 컨펌하고 디자인을 컨펌하고 QA를 하고 QA사이트 컨펌을 하고.. 정말 컨펌의 나날이었다. 


이전에 팀장님들이 일하는 걸 보고 가끔은 되게 쉬워 보인다, 라는 생각도 한 적 있었는데 막상 컨펌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 부담감과 압박감이 엄청났다. 컨펌할 땐 모든 변수와 실제 사용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서비스 컨펌을 해야 하지만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 내린 결정은 추후 추가 공수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막상 컨펌을 하는 자리에 와보니 내 결정이 결국 돈을 오가게 하는 결정이란 걸 깨달았고 이전에 팀장님들이 컨펌하던 상황을 쉽다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전에 기획을 할 땐, 일을 두세 번 하더라도 화면 기획에 있는 걸 프로토타이핑으로 직접 옮기고 클릭하고 사용해가며 불편한 점들을 고쳐가며 최대한 수정이 없도록 설계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 업무를 하면서 그러한 열정보단 빨리 컨펌해야지, 라는 조급한 마음이 앞서 앞을 내다보지 않은 컨펌을 한 경우도 왕왕 있었다. 처음엔 내 잘못된 판단이 많은 작업자들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웠고 나는 자질이 없구나, 라는 생각에 빠져있었지만 이러한 자책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더 맑은 머리로 서비스를 바라보고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실수가 아예 없어지진 않았지만 이전에 10번 실수하던 게 요즘 2번으로 줄어드는 정도로 줄어들게 됐다. 


그런데 만약 PM(Product Manager)에 오게 되는 주니어가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컨펌을 위해선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서비스 유저/ 운영자의 시선에서 모두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려면 직군별 업무와 서비스 프로세스를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즉, 주니어로 PM을 시작하게 된다면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각 직군을 경험하기 위한 노력 혹은 그 직군들과 최대한 많은 소통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업무뿐 아니라 업무 외 스터디나 사이드 프로젝트와 같은 노력이 정말 필요하다. 나는 PM을 하며 이러한 공부가 너무 부족했다. PM이 되고 나니 내 부족함이 남에게 폐를 끼치는 위치가 됐다. 

그리고 그 폐가 회사 리소스 낭비로 이어지기에 더 긴장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이번 글은 주니어에게 훈수를 두는(?) 그런 류의 글은 아니고 나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다음엔 더 나은 PM을 하도록 하는 글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을 하게 된 만큼, PM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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