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언니 Apr 16. 2023

IT 대기업 생활 6개월 차 소감

내가 필요한 건 "전문성"

싸이월드 앱으로 10년 전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땐 내가 이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걸 상상이나 해봤을까?

 10년 전 나에게 되물었고 그 천진난만한 웃음 속엔 '전혀 상상도 못 했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에 좋은 자리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 지 6개월 차를 지나고 있다.


처음 왔을 땐 회의를 아무리 들어가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고 어렵고 공부해야 할 것 투성이었다.

나는 대체 언제쯤 1인분 이상의 업무를 할 수 있지? 언제 퍼포먼스라는 걸 낼 수 있지? 고민뿐이었다.


또 하필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평가 대상자가 되어 평가 면담까지 진행했는데 말 그대로 신입사원 같은 내 역량이 평가 대상자에게도 다소 실망이란 감정으로 다가간 것 같았다.

첫 2개월 간 스스로에게 질문했다.'경력자를 뽑은 이유가 있을 텐데 왜 자꾸 바보 같은 질문을 하고 바보같이 삽질을 하고 있지?'

수없이 자책하는 말만 하고 있었다.


랜딩 하기 어려운 집단에 들어온 거구나, 내가 여기 있어도 될까? 라며 패배주의 속에 몇 개월을 보냈다.

나는 열심히만 하면 정말 해낼 수 있어의 그간 경험이 당장 통하지 않았다. 지금껏 살아오며 열심히 하면 뭔가 원하는 걸 성취하던 삶이었는데 여기선 단기간에 그런 극적인 드라마를 원해서였을까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이때의 어려움은 내가 잘하는 일을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빠졌던 패배주의의 원인은 서비스 기획자로 입사했지만 서비스를 기획할 역량도 되지 않았고 자사 서비스 파악도 완벽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7년 전 첫 회사에서 우연히 맡았던 운영 업무가 향후 기획을 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됐던 걸 생각해 내며 운영 업무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전에 했던 운영 업무 대비 정말 난도가 높고 고연차라도 쉽게 하지 못할 일들이 많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 (물론 내 용기뿐 아니라 정말 뛰어난 운영 기획자분이 업무를 진행하고 계셨다.) 태어나서 본 기획자 중 가장 일을 잘하는 분 옆에서 보고 많이 배워야지 라는 마음으로 무작정 분석하고 여쭤보며 하나씩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일들도, 어렵기만 했던 과정도, 친절한 시니어분들의 가르침하에 하나씩 스텝을 밟아가니 더 앞으로 갈 용기가 생겼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리고 시니어들이 보기에 나는 운영 기획에 소질이 있다고 판단하여 운영 일부분도 담당자가 되었다.


개인의 스페셜리티를 찾아주어 더 전문가로 성장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고민하는 과정이 그간 기업 경험과 비교했을 때 대기업에 다녀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기업이 아닌 다양한 규모의 회사도 개인의 스페셜리티를 찾으며 전문가로 양성하는 곳도 있을 테다. 하지만 그간 내가 몸담던 회사들은 큰 규모가 아니었기에 당장 눈앞의 일을 쳐내고 무엇이든 하는, 좋은 말로는 다양한 경험을, 커리어 면에선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무가 대다수였다.

그래서일까, 현재 내 목표는 나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성장하고 다른 팀원 분들도 더 큰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서로 윈윈 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업무에 임한다. 전문성을 갖기 위해 정말 악착같이 달리고 있다.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팀을 위해, 또 사용자를 위해 일하고 있음을 느끼니 전문성을 갖기 위한 악착같음은 자기와의 싸움으로 소진되는 에너지가 아닌 성장을 위한 부스터가 되고 있다.


서비스 기획자로 입사했지만 운영 기획 업무로 반쯤 피벗팅을 한 상태이지만 운영을 알아야 기획을 할 수 있다는 짧은 업무 경력에서 오는 나만의 지론이 어찌 보면 나를 팀에서 더 쓸만한 팀원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어느 기업에서라도 나는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성장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꼭 해보길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