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 아기와 함께 살아가며
어느덧 아기가 19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난 복직 후 업무에 복귀한 지 어느덧 13개월이 되었다.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이 기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으로 살며 이 두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생각했다. 어떤 땐 정말 수월한데 어떤 땐 이렇게 일하며 살 수 있을까? 싶다.
그 차이는 바로 아기가 아픈 상황이냐 아니냐 일 때였다.
지난 19개월 간 아기는 1번의 코로나, 1번의 중이염, 1번의 기저귀 발진, 1번은 눈꼽감기를 앓았다.
코로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복직 후 겪었던 병이었다. 22년도 3월 코로나 감염은 일주일간 자택 격리였기에 아기와 남편과 셋이 함께 코로나에 걸려 북적거리며 정신없이 (생각보단 아프지 않게) 지나가서 큰 감흥이 없었다.
문제는 복직 후 어린이집을 갈 수 없는 병에 걸렸을 때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면 콧물을 달고 산다고 했는데 그 말은 정말 사실이었고 집 가까운 소아과를 이틀에 한번 꼴로 갔음에도 콧물이 떨어지지 않았다. 계속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가서였을까, 독한 항생제(냉장고 보관용)를 먹고 아기는 미친듯한 설사와 함께 생식기와 항문에 모두 발진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약만 바르고 기저귀를 채우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었다. 급하게 휴가를 내고 아기 기저귀를 벗긴 채 가정보육을 했다.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았다.) 설사는 왜 안 멈추는지, 발진은 언제 가라앉을지. 시터 선생님도 당시 다른 스케줄을 모두 빼고 아이 회복을 위해 밤이고 낮이고 함께 돌봐주셨다. 결정적으로 동네 유명 소아과에 가서 긴 대기 끝에 받은 약을 이틀 정도 복용하니 설사도 발진도 잡혔다. 유명한 병원의 유명세는 괜히 생긴 게 아니구나 싶으면서 복직 1달 반 만에 휴가를 세 개나 쓰게 되었다.
이렇게 아기가 아프면 결국 난 휴가를 날 위해서가 아니라 아기 보육 때문에 쓰게 될 거고 나중엔 무급 휴가를 요청할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이후 아기 케어를 위해 반차, 연차 휴가를 썼고 결국 이직 확정이 되고 퇴사 시점을 논의할 때 난 휴가가 하나도 남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11/7 입사를 앞둔 상황에 11/4까지 전 직장 근무를 풀로 해야 했다. (퇴사 의사를 밝힌 후 6주나 더 다녔다.) 나는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려고 열심히 산 건데 더 힘들어졌다고 생각했던 때였다.
아기가 아프고 어딘가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난 일을 지속할 힘이 사라짐을 느꼈다.
아기는 아프면서 커야지!라는 말이 참 무섭고 무책임하고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사라지게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기는 커가며 자연스럽게 병치례를 하며 자라나고 간혹 어린이집에도 못 가는 상황은 종종 발생할거고 결국 이런 변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차럼 복직 후 이직(혹은 육아휴직 시기에 이직)을 생각할 때 급여, 커리어 성장 등도 중요하지만 아기를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근무환경도 꼭 고려해 보면 좋겠다. 일을 사랑하는 엄마들이 어떤 변수가 있어도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당장 주어진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보편화되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