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토리로 움직인다
의미부여 인간, 스토리의 힘
글을 쓴다는 것은 모든 순간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의미라는 단어 대신 '목적'을 넣어 보면 그 뜻은 더 선명해진다. 세상에 그냥은 없다. 목적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
결국 인간은, 내가 왜 이 땅에 태어났는지에 대한 목적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글이란 생각의 흐름이 정리된 형태로 표현된 결과물이기에 목적 없는, 한마디로 의미 없는 글은 있을 수 없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쓰든, 쓰고 보니 의미가 발견되었든 모든 글에는 의미, 곧 목적이 있다.
길을 걸으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광고 한 줄도 허투루 쓰인 것이 없다. 수많은 광고 매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토리다. 그들은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 것인가를 수 없이 고민한다. 소비자가 겪은 각자의 스토리가 일반화되어서 그 브랜드의 큰 틀 속으로 들어오도록 만드는 것이 광고의 목적이다.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평범한 일상에 한끗 차이의 특별함을 별빛처럼 뿌려 놓은 것이 광고다. 그 특별한 별빛이 바로 '스토리', 창작의 힘이다. 일상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나를, 특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은 스토리 안에 내재된 변화와 성장의 키워드 때문인 것이다.
이쯤 해서 우리의 어릴 적을 소환해 보자. 누구나 한 번쯤 길던, 짧던 반성문을 써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쩜 이토록 창의력이 극대화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토리가 시작되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정말 별 볼 일 없을 만큼 시시해 보이는 순간의 감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내면의 서사를 만들기 시작한다. 반성문에 늘 등장하는 '사실은 진짜 그러려던 게 아니라.......'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심지어 다신 읽어보노라면 진짜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헛갈릴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인간의 마음에 가 닿기 위한 서사, 즉 스토리는 인간에게 필수 불가결한 필살기가 된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자. 보통 우리가 기술개발을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한 산업의 결과물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술개발이 상용화되려면 투자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또한 스토리가 하는 역할이다. '왜, 꼭, 굳이 해야 돼?'에서 '그래서, 반드시, 해야만 해!'라는 과정으로 납득시키는 중요한 징검다리가 스토리라고 확장해서 바라본다면, 인간과 세상을 둘러싼 모든 영역에 스토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창작은 꼭 작가의 영역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당연히 아니다. 이 말을 하려고 지금까지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샘인데.
글을 쓴다는 것, 특히나 창작의 영역에서 쓰다는 것은 1차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작은 있는 사실을 늘어뜨려 놓은 르포와 다르기에, 인물의 내면 변화와 성장까지 끌고 갈 그럴듯한 개연성을
충족시키는 사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독자의 마음에 가 닿게 되는데, 이 것만 기억하면 어디에든 창작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스토리를 만드는데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의 마음에 가 닿는 순간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학교로 옮겨보자. 요즘은 초등학교부터 수행을 한다. 간단한 과제를 하나의 완결된 문서로 만들 때 평면적인 서술 말고, 주요 조사 대상에 대해 창작의 원리를 가미하면 평가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명량해전'에 대해 조사하라는 수행과제를 해결할 때 단순히 사건만 서술한 글과 이순신장군 저변의 의도와 목적을 스토리적 감각을 더해 서사로 풀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글이 된다. 이것이 사실에 근거한 남다른 눈을 갖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표현이다.
아직도 창작이 단지 작가들만의 리그에서 펼쳐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창작은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자 자유다. 창작의 원리는 모든 영영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새롭게 봄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창작으로 사고하는 아이들의 생각은 절대로 후퇴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전업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무슨 창작을 배워요?' 하는 촌스러운 말은 말자. 우리 아이들은 이미 스토리가 밥 먹여주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창작은 자산이 된다
'왜? 그래서?'는 작법에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다. 더 깊은 이야기는 뒤에서 다루게 되겠지만 잠시 소개해 보려고 한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사건이라는 것은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사건의 앞뒤에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존재한다. 원인이 '왜?'이고, 결과가 '그래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왜'와 '그래서'로 연결된 것이 얼개 즉 플롯(plot)이다. 이 '왜'와 '그래서'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주인공의 내면의 변화를 쫓아가는데, 아차하고 주인공의 내면으로부터 초점이 벗어나면 개연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주인공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다는 것은 무엇이 주제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적, 관계적으로 볼 때 공동체 안에서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극한의 공감력'인데 모든 아이디어의 시작은 '공감력'에서 나오는데 공감하지 못하면 결핍이 눈에 보이지 않고 필요를 채울 수 없다. 모든 마케팅과 기술 개발의 가장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능력은 창작이라는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가는 작업을 통해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창작은 파스텔 톤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을 헤쳐나갈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결국 창작의 원리로 공감하고 찾아내고 해결하는 아이만이 대체불가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꼭 기억하자. 창작의 원리의 핵심은 상대방의 내면을 따라가는 '왜?'와'그래서?'에 있다는 것을. 어른들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나와 너라는 주인공의 '내면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왜'와 '그래서'를 찾는 훈련을 통해 우리도 창작이라는 자산을 소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도 스토리와 함께 모든 영역에서 자신만의 빛깔로 돋보이는 삶을 살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