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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Jul 03. 2021

Ja ja ja!

스위스 일기

(표지 사진 : Kapellbrücke, Luzern, Schweiz / Photo by. @JOFRAU)


1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어렵지만 재밌다. 재밌지만 어려운 건가?

여행을 가서 써먹으려고 공부했던 여행 언어공부와 살기 위해서 배우는 언어공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도 한글을 처음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알파벳, 철자 그리고 발음을 먼저 배웠다. 그것에 익숙해지고 난 후 뜻은 잘 모르지만 드디어 단어를 보고 읽을 줄 알게 되면 실력이 되게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다. 읽고, 사전 찾고, 읽고, 사전 찾고 가 반복이었지만 생전 모르던 또 몰랐을 언어가 조금은 익숙해졌다는 생각에 번거로운 줄도 몰랐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와 자기소개를 하게 되는 순간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은데도 그 언어가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배운 것을 많이 써먹고 다녔다. 학원이나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배운 언어로 인사를 주고받을 때의 쾌감이란!


2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이외에도 문법, 회화수업도 꾸준히 들으며 외국어로 된 질문에도 나름대로 대답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주 기특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언어 공부에도, 실력에도 정체기가 오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공부까지 소홀해지면 바로 바보가 되었다. 아주 기가 찰 수가 없다. 어떠한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답변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집에 가자마자 언어 공부를 할 거라고 이를 바득바득 간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는 한국어 자막 켜놓고 영화 볼 거면서.


언어를 배우는 일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어렵다. 틀려도 되는데 잘 못해도 되는데 그러면서 배워가는 건데.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는 욕심은 언제부터 생긴 걸까. 잘 못하면 부끄럽다고 생각하게 된 건 언제부터 일까.


3

스위스 프랑스어권에서 독일어권으로 이사를 오면서 가장 크게 당황했던 일은 이사하자마자 마트에 갔을 때였다. 나에게 인사를 하는 직원의 말을 잘 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즉 인사를 못했던 것이다. 살아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나는 "Bonjour." 라고 인사를 하려던 순간 '에?' 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말았다. 독일어권 인사말이 다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Bonjour." 라고 인사했어도 괜찮았을텐데 무슨 말이지 싶은 생각에 입은 뻥긋도 못하고 웃고 말았다. 이럴 때 딱 얼른 집에 들어가서 언어 공부를 하고 싶어 진다. 그 일을 계기로 인사말이란 인사말은 다 찾아보고 기억해두자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인사가 상황과 때에 따라 무엇보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셨습니까, 안녕하시죠, 안녕, 안뇽, 하이... ? 하지만 외국인으로서는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공부했는데 왜 똑같이 말을 안 하지 하는 기분. 그래서 하루에 하나씩 인사를 배워가는 재미로 지냈다. 재밌기도, 신기하기도 또 난 어쩔 수 없는 외국인이란 생각을 하면서.


4

스위스 독일어권 인사말은 Grüezi(:안녕하세요.).

Hallo(독일어), Bonjour(프랑스어) 다 이해하지만 거의 쓰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는 Danke schön(독일어), Merci(프랑스어) 둘다 혼용한다.


아 그리고,

제목 Ja[ja, 야] : 독일어로 네, 아니오는 Nein[naɪn, 나인]

필명 : JOFRAU[요프라우] : 독일어에서 J는 [jɔt] 로 영어 [제이]로 발음하지 않고 [욧트, 엿트]로 발음한다.



2021.03. 스위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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