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FRAU Jul 04. 2021

추억하다 :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다.(1)

스위스 일기

(표지 사진 : Kapellbrücke, Luzern, Schweiz / Photo by. @JOFRAU)


1

일이 있어서 루체른 시내에 나갔다. 어제부터 계속 날씨가 좋았는데 외출하기 딱이었다. 지금 일기예보대로라면 주말까지 계속 날이 좋은데 주말엔 남편이랑 같이 나와야지 싶다.


2

루체른 역에 도착하면 루체른의 유명 관광명소 중 하나인 카펠교*를 금방 찾을 수 있다. 여행으로 왔을 때 봤던 카펠교와 여기서 사는 주민으로서 보는 카펠교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여기에서 사진 무조건 찍어야겠다. 여기도 예쁘다, 어 저기도 예쁘다.' 하며 설레는 숨 가쁨으로 사진을 연신 찍어내던 여행객에서 '오 오늘도 예쁘다. 주말에 오빠랑 와야지.' 하며 핸드폰 카메라 대신 눈으로만 담는 주민으로 변했달까? 여유가 생겼달까.

*카펠교 : Kapellbrücke(Chapel Bridge)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 있는 목조 다리(참고 : 스위스관광청(Myswitzerland))


3

카펠교 아래로 펼쳐지는 루체른 호수는 스위스 내에서도 꽤 큰 호수 중 하나로 역시나 인기 많은 장소이다. 루체른 호수는 지도로 보면 되게 특이하게 생겼는데 삐뚤빼뚤한 게 발로 별을 그려보진 않았지만 꼭 발로 그린 별 모양 같이 생겼다. 지도에서 루체른 호수를 보고 처음에 든 생각이었다. 아니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가사를 참고하여 왼손으로 그린 별** 같이 생겼다. 그런 호수를 직접 마주하면 발로 그린 별 모양은 무슨.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과 이런 모습이 상점에서 파는 엽서에 담기는구나 싶은 그림 같은 집들이 펼쳐져 있는 모습에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예쁘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오늘 같이 구름 한 점도 없는 바다 같은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볼을 조금씩 빨갛게 물들이는 날이면 그리고 그런 날에 혼자 예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가족, 친구들. 외로운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예쁜 풍경을 같이 보면 더 예쁘게 보일 것만 같아서. 그럼 더 기분이 좋고 더 행복할 것만 같아서.

**아이유(IU), celebrity 가사 중 : 잊지 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그날, 루체른의 오후 / Photo by. @JOFRAU


4

반짝반짝 일렁이는 물결에 시선을 빼앗긴 채 걷다가 원래 가려던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그만 딴 길로 새 버렸다. 딴 길로 새도 여전히 보이는 호수라니 나는 목적지를 바꿨다. 주로 카펠교 방향으로 걷곤 했는데 오늘은 딴 길로 샌 김에 반대방향으로 걸어봤다. 

마침 시간이 점심시간대여서 사람들이 꽤 많이 나와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루체른 역 뒤쪽에 루체른 대학교가 있는데 그 학교 학생들로 보였다. 따로 벤치가 없어도 사람들이 앉는 곳이 벤치가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괜히 귀여운 느낌도 받았다. 루체른 대학교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다들 점심시간이라 나와서 밥을 먹는 모양이었다. 한국에서는 밖에서도 무조건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지 아니면 권고사항인 건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들었다.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실내에 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실외에서는 권고사항이라 밖에서 모여서 밥을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점심식사도 하고 또 햇빛을 받으며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너무나도 당연했던 '예전 모습'이 아련하게 스쳐 지나갔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산책 중이었는데 오늘따라 마스크가 답답하고 불편했다. 마스크 벗는 날 오겠지.


5

근처에 벤치가 한 자리 비어있어서 나도 자리를 잡고 친구에게 추천받은 책을 펼쳤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책을 읽다 가려고 귀에 꽂고 있었던 에어팟을 빼고 책에 집중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두런두런 말소리, 새소리, 비둘기 다가오는 소리(?)에 책에 집중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책에서 멀어지고 건너편 호숫가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멈췄다. 그리고 4년 전 프랑스 여행 때 룩셈부르크 공원에서 느꼈던 기분을 또 한 번 느꼈다. 그때는 많이 슬펐는데 이제는 그것도 추억이 되었다. 아주 좋은 추억.



2021. 05. 스위스 일기





매거진의 이전글 Ja ja j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