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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Jun 28. 2021

내 탄생석이 에메랄드라 그래

여행일기(스위스)

(표지 사진 : Brienzersee, Iseltwald, Schweiz / Photo by. @JOFRAU)


1

“지금까지 가 본 곳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

친구가 물었다. 

“레만호*! 레만호랑 포도 밭이랑 같이 보면서 라보 익스프레스** 탔었는데 더 좋아진 거 있지. 난 무조건 레만호!”

*Lac Léman : Lake Geneva(Léman) : 레만호 : 스위스에서 가장 큰 호수. 반달 모양으로 생겼다.

**Lavaux Express : 루트리(Lutry)에 있는 포도밭을 도는 작은 기차. 코스가 여러 개 있고, 시기와 코스별로 무료 와인 시음을 할 수도 있다.


2

한국에서 한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주말마다 통화하는 엄마는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실 때면 통화할 때마다 그 드라마의 줄거리를 말씀해주셨다. 최근에 새로운 드라마 줄거리가 업데이트되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항상 “여기 스위스가 나오는데 가봤니? 거기 너네 집에서 머니?” 하셨다. 아직 어딘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오셨을 때 꼭 모시고 가야겠다. 


3

여름휴가를 계획하면서 인터라켄 일정이 있으니 그곳에 들렸다가 가까운 이젤바트(Iseltwald)에도 가기로 했다. 지인분의 추천도 있었기에 별 다른 생각 없이 일정에 넣었고 어디에 주차를 할지, 브리엔츠 호수 주변 어디를 산책할지 알아보는데 그곳이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 구나!’


4

Iseltwald, Brienzersee : Lake Brienz : 이젤바트, 브리엔츠 호수


에메랄드 빛의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렇게 예쁜 호수를 담고 있는 곳 이라니, 숨겨진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날씨도 좋았고, 사람도 별로 없었고, 호수는 잔잔했고 그리고 햇살은 눈부셨다. 낯선 물 색깔에 선글라스를 벗었다가 썼다가 를 반복했다. “말도 안 돼.”라는 말이 자꾸 나왔다. 그곳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도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모두 나처럼 미소 짓고,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니 엄마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사진을 몇 장 찍어서 엄마에게 보내드렸다. ‘너무 멋지다. 부럽다 딸!’이라는 답장이 바로 왔다. ‘엄마 오시면 여기 꼭 모시고 올게요. 사진 엄청 찍어드릴게요!’ 나도 얼른 답장을 보냈다.


풍경사진을 그렇게 오래, 많이 찍은 적도 처음인 거 같다. “아 사진에 다 안 담겨.”라는 말을 하면서도 나는 카메라로 호수를 계속 담고, 눈으로도 계속 담았다. 남편과 근처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다가 호수 주변으로 짧은 산책코스가 있어서 걸었다. 걷는 내내 나는 호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캠핑하는 사람들 또 패들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우리 주변으로 하이킹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다. 남편과 나에겐 새로운 계획이 생기게 되었다. 


5

내가 브리엔츠 호수를 보며 너무 들떴었나 남편이 물었다.

“어느 호수가 제일 좋아?”

“브리엔츠!”

“레만호는?”

“레만호 예쁘지. 근데 내 탄생석이 에메랄드라 그래, 브리엔츠가 확 끌려.”



2020.08. 스위스, 이젤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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