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마음이 푸근해지는 TV 프로그램들이 있다. ‘4딸라 아저씨’로 젊은 세대들에게 유명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KBS 교양 프로그램이 그 예다. 좁은 골목들을 지나며, 오래된 가게의 사장님들과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우연찮게 만난 토박이 이웃의 집에 가서 다과를 나누며 그저 동네의 풍경에 편안히 젖어들기도 한다. 어릴 적 우리 동네 골목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각박한 일상에서 낯선 이를 경계하며 나만의 영역을 무의식중에 사수하는 요즘과 대비되는 그림이다. 고유의 풍경을 간직하던 우리 동네의 모습은 나날이 찾기 힘들다. 우리 사는 공간도 정다운 이웃사촌들의 돕고 사는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까?
한국에서 조금은 먼 나라, 스웨덴에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세계대전 속에 파괴된 마을을 복구하고 도시화하면서, 주택 수의 부족과 임대료 상승, 부실한 불량 주택들이 늘어나는 문제에 마주쳤다. 스웨덴에서는 대안으로 주택협동조합을 모색했다. 현재 스웨덴에서는 전체 주택의 22%가 협동조합주택이다. 소유권이 보장되는 단독주택을 제외하고, 임대 주택이 전체 주택 시장의 65%에 달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에, 상당한 규모다. 이 중 호에스베(HSB)는 자신들을 튼튼한 협동 주택이면서 흔한 조직이라고 소개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주거 분야 발전의 최전선에서 윤리적 책임을 실천해나가고 있다고도 자신한다.
호에스베는 1923년 입주자 조합의 형태로 출범하였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자신들의 집을 짓는 목적이었고, 안전과 보안을 보장받기 위한 협동 형태의 소유권을 추구했었다. 이후 조용한 움직임이 수년간 일어나, 목공수들의 산업 활동부터 대리석 채석장 노동자들의 공장에 이르기까지 나누는 고민의 규모가 커졌다. 이제는 세입자들과 노동자들이 확대시킨 주택 협동조합 중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까지 대변할 만큼 끈끈한 동료애를 구축했다. 단순한 주택 건설에 더해 개별적으로 주택관리 서비스까지 시행하고 있어, 정말 힘을 합쳐 함께 살아가는 형태이다. 참여 노동자들은 4천 명, 총 조합원 수는 63만 명에 달하고, 모든 멤버들은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도 주택 발전의 혁신으로 여겨지는 호에스베는 호에스베 내쇼널(HSB National)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스웨덴 내 31개 지역 조합이 다시 국가 조합으로 모이는데, 총 33만 호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한 비영리단체가 아니다. 건축 회사도 겸임한다. 초기에는 주거운동 단체의 움직임으로 주로 저소득층의 주거공간을 만들고 이에 들어가는 가구 제작이나 가구점을 직업 운영하였다. 이제는 아예 주택을 건설하여 스웨덴 사회가 요구하는 주택 공급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입주민들이 호에스베 아파트를 구입하면, 소유권을 행사하고 매매도 가능하다. 명실상부 스웨덴 주택시장의 큰 규모 건설회사이다. 나아가 호에스베의 건축물은 환경친화 아파트로 인정받고 있다.
호에스베가 제공하는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건축 후 주택 적금 창구를 통해 회원 모집 후 관리된다. 입주자가 매입 후 소유권을 이양 받거나, 주택 가격의 일부를 건설협회의 대출금 일부와 이자로 매월 운영비에 포함해 지불하는 형식으로 집값을 일부 분할하는 방식이다. 자본주의의 경쟁 논리에서 벗어나 복지국가라는 명성에 걸맞은 대안적 방법이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분양과 임대라는 단순한 형태인 것과 다른 부분이다. 골목을 뛰어다니며 친구네 어디라면 편하게 들어가 물도 마시고 밥도 먹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우리 엄마만이 아니라 동네 아주머니 누구라도 엄마처럼 뛰어노는 아이들을 돌보아 주던 그 따뜻한 정을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이 주거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자료 및 이미지 출처:
호에스베(HSB)사 공식 홈페이지(http://www.hsb.se/)
By 에디터 “meanDEW” - 냉철한 머리에서 지혜로운 마음으로, 뜨거운 마음에서 따뜻한 영혼으로 인생관이 바뀐 꼬꼬마 학생입니다. 보다 더 나은 삶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