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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GAKBO Jul 10. 2019

1인 가구 님아, 그 강을 건너려거든

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그를 떠나 보내는 과정이 아름답게 담긴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을 기억하시나요? 그러나 현실에서 죽음이라는 이별을 그 둘처럼 맞게 될 확률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가족사 때문에 혼자가 된 개인, 고령화와 경기침체로 인해 잊혀진 개인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혈연관계의 누군가가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법 제도하에서는, 이렇게 혼자가 된 개인들이 생을 마무리 할 여건이 마땅치 않습니다. 누구나 인간으로 태어나 살다가는 고유의 존엄함을 생의 마지막 자락에서 깨끗이 정리하고 싶을 터인데, 죽음의 사각지대는 어쩌면 좋을지. 고령화가 한국보다 빨리 진행된 옆 나라 일본에서 ‘리스 시스템'이라는 선례를 가져와봤습니다. 

혼자가 된 개인들이 어떻게 생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요?


고령자 1인 가구 증가로 만들어진 단체 


리스시스템은 승려였던 마츠시마요카이(松島 如戒)씨가 만든 비영리조직입니다. 가족 중심의 혈연관계가 기반이 된 일본 사회에서조차 장례를 치르기 여의치 않게 된 사회변화와 고령자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사회문제적 배경에서 만든 단체입니다. 1993년 설립 초창기부터 ‘Living, Support, Service’의 약자를 조합한 ‘LISS’라는 명칭으로 출범하였지요. 말 그대로, 삶과 돌봄과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합니다. 생전에 계약하여 사후의 삶까지도 돌봐준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리스시스템이 제공하는 사망 후 제공하는 계약 내용 중 사망신고서 제출, 금융상품이나 소지품 등의 정리와 처분, 화장과 납골 등의 업무가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후 사무를 위임하는 계약을 인정하고 뒷받침하는 법률 개정도 뒷받침되어 왔습니다.

LISS, 삶과 돌봄과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는 비영리조직입니다. 


가족처럼 사후를 돌봐주는 생전 계약


일본에서 리스시스템은 ‘계약가족, 생전계약’과 같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리스시스템이 ‘계약가족’이 된다는 의미는 ‘생전’, ‘임의 후견’, ‘사후’로 나뉘어 ‘살아있을 때’에서 ‘판단 능력을 잃어버린 때’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여러 일들을 돕습니다. 즉, 계약자인 살아있는 노인의 주택입소에 관한 보증, 입원이나 수술 시 가족으로서의 역할 대행, 혼자 사망하게 될 경우 유언 등의 의사와 자기결정을 가족으로서 반영시키는 업무 등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리스시스템의 홈페이지의 자주 묻는 질문에서 ‘생전계약’이라는 개념은 ‘친척’과 같이 사회/경제적으로 도와주는 구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생전 계약’은 기존 요양 간호나 장례식 등의 업무에서 죽음을 앞두고 ‘자신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죽음’ 등 예상치 못한 사태까지 대비할 수 있는 업무들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리스시스템


법적 토대로 안전하게 자유롭게 선택 체결


‘생전 계약’을 하면 비상 연락처 카드가 제공되고, 카드에 기재되어 있는 전화로 24시간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청금은 5만 엔으로 대략 우리 돈 55만원 정도 수준에서 작업을 의뢰합니다. ‘생전 계약’은 ‘사후 사무’와 ‘생전 사무(후견 사무)’로 나누어집니다. 이 중 사후 사무는 ‘기본형 ‘과 ‘자유 선택형’으로 구성되어서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합니다. ‘사후 사무’의 내용에는 전기나 수도 요금 등의 지불, 보험이나 연금 등의 수속, 컴퓨터나 휴대 전화 등 개인 정보의 삭제나 파기, 사후에도 경조사 등의 대리참석이나 대행과 같은 세부적인 일들이 포함됩니다. ‘생전 사무’에는 치매 등에 대해서는 후견 케어, 재산의 유지 관리 및 처분, 일상 생활에서 곤란한 생활상의 각종 지원이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행동 등이 내용으로 제공됩니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생전 사무'와 '사후 사무'의 작업을 의뢰합니다.


피었다 지는 꽃처럼 돌아가는 삶일지라도


살아서도 계약을 못 믿는 경우도 허다한데 죽어서의 계약은 잘 지켜질까요? 20여 년이 넘은 리스시스템의 세심한 설계는 여기에서 빛을 발합니다. 변호사나 공인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제 3자에 의해 계약을 확인하고, 종교나 종파를 불문한 합장 무덤이나 영구 공양 무덤을 갖추거나 시신을 안치하는 센터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도쿄를 본부로 훗카이도에서 큐슈까지 일본 전역에 총 8개의 지부를 운영하는데, 각 지부의 위치가 지하철역 근처에서 최대 10분 이내에 위치해 있어 이동이 불편한 고령 인구를 배려하는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그 외 숲 가꾸기를 통해 아름다운 지구를 후손에게 남기도록 사회 공헌 활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저 피었다 지는 꽃처럼 흙이 되어 돌아가는 인생, 겸허히 묻힐 터전과 후손들까지 돌보는 마음 씀씀이가 훈훈합니다.


자료 및 이미지 출처:

세이젠케이야쿠(Seizenkeiyaku) 사 공식 홈페이지: http://www.seizenkeiyaku.org/




By 에디터 “meanDEW” - 냉철한 머리에서 지혜로운 마음으로, 뜨거운 마음에서 따뜻한 영혼으로 인생관이 바뀐 꼬꼬마 학생입니다. 보다 더 나은 삶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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