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GAKBO Oct 09. 2019

범죄자도 다시 날 수 있도록, 미국 크리샐리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제법 선선한 가을 날입니다. 낮에는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이 환상적이고, 밤에는 잔잔한 풀벌레 소리로 여유로운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각박한 일상 중에 멋진 가을 하늘에 잠시나마 위로를 받습니다. 가을꽃 사이를 오가는 나비와 파란 하늘의 잠자리를 보다가 문득, 어느 바다 건너 아름다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성충인 나비가 되기 이전 번데기, 혹은 누에고치'를 품어 기르는 미국의 사회적기업 '크리샐리스(Chrysalis)' 이야기입니다. 크리샐리스가 돕는 이들은 한번 날개가 꺾였던 이들입니다. 집도 돈도 없는데 범죄 경력이 있어 사회의 변방으로 몰려버린 사람들이 대상입니다. 다시 일자리를 잡고 생계를 유지하며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한번 날개가 꺾였던 이들을 품어 기르는 미국의 사회적 기업 '크리샐리스' 입니다.


훨훨 나는 새로운 삶을 꿈꾸는 '고객'


크리샐리스는 비영리조직이면서 일종의 용역업체입니다. 크리샐리스에 속한 구직자들은 100% 저소득층으로, 이 중 79%는 고교 이상의 학력을 가졌고, 75%는 주거가 불안정하며, 57%는 범죄 경력이 있습니다. 크리샐리스는 이들을 단순 인력으로 보지 않고, “고객(Client)”이라 지칭하며 존중합니다. 실제로 크리샐리스는 25년 이상 엄선된 임시직이나 영구직 일자리를 연결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소개되는 일자리의 성격은 단순 포장, 조립, 재고관리, 건물 유지 보수, 안내데스크, 파일 정리, 데이터 입력, 일반 총무 보조, 설거지, 음식 준비 등의 일반 업무에서 거리나 고속도로 유지 보수와 같습니다. 고용을 원하는 기업들은 크리샐리스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하여 원하는 조건 등에 맞춰 상담을 할 수도 있고, 직접 고용도 가능합니다.      

크리샐리스는 구직자를 단순 인력으로 보지 않고 "고객(client)"으로 존중합니다.


옷차림부터 정서지원까지 섬세하게 돌본다


크리샐리스는 단순히 구직자들과 고용주들을 연결하는 일만 하지 않습니다. 우선, 크리샐리스를 통하여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고객'이 되기 위한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사회보장 카드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지참해야 하고, 크리샐리스의 프로그램을 따라야 합니다. 일대일로 구직 계획 상담, 크리샐리스만의 핵심 강좌 수강,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첨삭,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인터뷰 준비까지 준비과정에만 총 다섯 가지의 과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교통비 지원, 컴퓨터 교육, 인터뷰에 필요한 연습이나 옷차림까지 실질적인 도움과 협력 그룹을 통한 정서적인 지지까지 공짜로 제공합니다. 크리샐리스의 프로그램은 일에 대한 동기부여와 신체/정신/감정적인 준비를 필수 요건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크리샐리스 자체 데이터와 LA 당국의 노숙자에 관한 수치 등을 이용하여 일자리 유지 성공률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뿐 아니라 신체/정신/감정적인 준비까지 도와줍니다.


뉴스룸에 실리는 성공 사례들


구직에 어려움이 있던 사람들이 크리샐리스를 통하여 여러 장애물을 넘었다면, 뉴스룸에 성공 이야기가 실립니다. 최근에는 21살에 15년 구형을 받았던 그레이엄(Graham)에 관한 사연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레이엄은 35살에 크리샐리스에서 따뜻한 환대와 격려를 받아 직업탐색을 시작해서 고용전문가의 소개로 고속도로 유지 보수 임시직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일해서 지금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교도소 시스템 내 변화 코치(Transformational Coach)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엿한 가장인 그레이엄은 “내가 필요로 했던 것들이 아닌 내가 원했던 걸 가질 수 있도록 크리샐리스가 도와줬어요. 내 영혼은 이 일을 통하여 점점 성장합니다.”라고 했습니다. 크리샐리스의 자체 통계에 의하면, 2018년 한 해 동안 2,119명이 직업을 가졌고, 이 중 70% 이상이 직장을 유지 중입니다.  

"내 영혼은 이 일을 통하여 점점 성장합니다." 


네트워크 기반한 전방위 지원, 결실을 맺다


일자리는 크리샐리스가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삶을 지속시키는 기본입니다. 그래서 크리샐리스가 연간 보고서에 발표했던 2018년 한 해 동안 고객들이 번 수입이 650만 달러(2019년 10월 8일 환율 기준, 우리돈 약 77억 7천여만 원)라는 수치가 와닿습니다. 전방위적으로 세심하게 관리하여 실질적 성과를 내는 이런 기업을 위해 누구든 후원이나 자원봉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크리샐리스는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최소 25달러 이상의 후원이나 앞서 소개했던 인터뷰 실전 연습, 이력서 첨삭 등의 자원봉사자를 받습니다. 정부의 도움이나 기업가와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팀의 코치도 받습니다. 긴밀하게 연결된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보며 이 가을의 풍성함과 참 닮았다 싶어 흐뭇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튼실한 사회적기업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크리샐리스와 같이 가을의 풍성함과 닮아있는 튼실한 사회적기업들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자료 및 이미지 출처:

크리샐리스(Chrysalis)사 공식 홈페이지: https://changelives.org




By 에디터 “meanDEW” - 냉철한 머리에서 지혜로운 마음으로, 뜨거운 마음에서 따뜻한 영혼으로 인생관이 바뀐 꼬꼬마 학생입니다. 보다 더 나은 삶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길!

작가의 이전글 장애인, 어르신도 '밥 잘 먹는' 젓가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