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징그럽도록 많은 차들이 줄줄이 늘어선 채 도로를 기어가는 러시아워의 풍경.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수많은 차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올해 초 기준, 대한민국의 차량은 총 2253만대다. 단순 계산했을 때 국민 한 명당 0.43대의 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 가히 ‘자동차 공화국’이다. 만들어진 자동차는 언젠가 수명을 다하게 되는 법인지라, 자연히 폐차 문제 또한 불거진다. 2017년의 폐차량은 88만대로 2006년도 폐차 량의 167%, 2016년도 폐차량의 111%에 달하는 등 성장 추세 지속 중이다. 하루 평균 약 2400여대의 차가 폐차되고 있는 가운데, 수년째 목표 치에 미달하고 있는 폐자동차 재활용률도 문제다. 이 시점에서, 예술적인 방식으로 폐차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기업에 주목해보자. ATB 오토 아트(ATB Auto Art)사다.
ATB 오토 아트 사는 폐차된 자동차의 낡은 부품을 장인의 손길을 거쳐 트렌디하면서 실용적인 예술가구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기업이다. 홍콩의 제품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텔리 우(Telly Woo)가 2011년 설립했다. 홍콩 또한 매년 8000만톤의 고철강이 버려지는 등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폐기물 감소 및 재활용 방법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케케묵은 자동차 부품은 기름 냄새가 물씬 나는 더러운 고철덩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ATB 오토 아트 사는 이런 폐부품들의 장점에 주목했다. 자동차 부품들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제품들 중 하나다. 대량 생산된 제품들만 가득 찬 시장에, 폐부품을 활용하여 독특하고 특별한 디자인의 제품을 판매하겠다고 결심했다. 설립 이후 ATB 오토 사는 재활용을 통해 예술을 추구하는 ‘아트 사이클링(art-cycling)’ 개념을 전파하고 있다.
ATB 오토 사는 자동차 폐부품들에서 기름때에 가려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손질한다. 스툴이나 테이블, 램프, 시계, 거울, 화분 등 각양각색의 예술 가구로 재탄생시킨다. '보물 사냥'을 위해 폐차들을 뒤져 수십 파운드 무게의 부품들을 운반해 손질한다. 주로 사용되는 재료는 버려진 크랭크축과 스티어링 휠, 그리고 파이프다. 재활용 제품이기 때문에 내구성이 떨어지고 가격은 저렴할 것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자동차 부품은 놀랍도록 견고해 내구성이 훌륭하다. 한편 그 특성상 여러 불순물에 노출되기 때문에 재활용을 위해서는 운송, 청소, 설계, 가공 방면에서 상당한 노력이 수반된다. ATB 오토 아트 사는 초음파 기름 제거기, NSP 크롬 도금기 등을 도입하는 등 생산비에 상당히 큰 돈을 지출하고 있다. 때문에 제품의 가격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ATB 오토 아트 사는 홍콩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평생 동안 기술을 연마해왔으나 종사 분야가 사양산업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은 도시의 장인들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한다. 홍콩의 숙련된 재봉 작업자나 금속 노동자들은 ATB 오토 아트 사를 통해 예술 가구를 만들며 새로운 방향으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적 의의와 예술성을 인정받아 ATB 오토 아트 사는 홍콩 사회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들은 2011년 홍콩 사회적 기업 챌린지에서 우승했으며, 2012년 홍콩 사회적 기업 포럼에서 청년 기업가상, 2015년 SME 청년 기업가상을 수상했고 이외에도 여러 수상 실적을 남겼다. 실무적으로도 BMW와 협업하며 국제적으로 그 위상을 인정받았으며, 국외의 호텔들에 자사의 상품들을 납품하는 등 혁혁한 성과를 남겼다.
ATB 오토 아트 사는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트로피, 키 홀더, 사진 액자 등과 같은 틈새 상품들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을 필두로 한 해외로의 진출을 위해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학교를 비롯한 홍콩의 비영리 단체들에 업사이클링 가능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 프로젝트들을 활발히 진행하는 등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활동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업사이클링이 시작되어 꾸준히 관심이 확장되어왔다. 관련 업체 수도 2011년 11개에서 2017년 1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파우치, 인형, 패션까지 확장한 한국의 업사이클 트렌드가 자동차로도 번질 수 있을까? ‘자동차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ATB 오토 아트 사의 재기발랄 행보에 응원을 보내본다.
자료 및 이미지 출처 :
ATB 오토 아트 사 공식 홈페이지(https://www.atbautoart.com/)
By 에디터 “하니” – 글과 그림, 영상으로 구성된 컨텐츠를 좋아한다. 재미라는 산을 정복하고자 하는 꿈이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까마득한 초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