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0.
정말 밝았다. 우리 1조의 10명은 달 빛의 힘을 받아 그림자까지 20명이 되었다.
얼마나 밝은지, 밤에도 주변이 다 보였다.
'친구 a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야간 각개전투를 한 뒤의 감상을 적어 둔 것이다. 노트에는 스케치도 해두었다.
세장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달이 떠오르는 순간과 떠오른 뒤의 순간 그리고 방독면을 쓰고 본 달까지.
방독면을 쓰고 본 달은 '슈퍼문'으로 적어두었다. 안경을 쓰는 사람은 안경을 벗고 보면 모든 달이 슈퍼문으로 보이는 법이니깐.
순간 친구 a가 생각난 것도 참 좋았다.
대학생 때 그 친구 a를 집 앞에 데려다주며 달을 본 적이 있다. 둘 다 달이 좋아서 집 앞에 서서 30분이 넘게 서성였다. 서로 달이 왜 좋은지 이야길 나눴는데 그 친구는 왜 달이 좋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보름달이 스포트라이트가 되어 주는 기분이 들어서 괜히 더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스포트라이트가 되어 줘서 기분 좋다니, 그때의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기분이 좋은 사람이었나 보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안부인사를 한 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