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했습니다

눈이 내린 어느 겨울과 봄

by 조각 모음

테헤란로를 걷던 어느 겨울날입니다. 그날은 눈이 정말 정말 많이 내린 날입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분과 점심식사를 한 후 커피 한잔을 사러 갔습니다.

전면이 통유리인 역삼동 포스코 p&s타워 스타벅스에서 대기번호가 30번이 훌쩍 넘는 영수증을 들고 저희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1시간의 타이트한 점심시간을 실감 나게 하는 대기번호에 긴장도 되어 시계를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동료분께서 편하게 있다가 돌아가자고 하셨고, 그 덕분에 저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었습니다.


창문 밖으로 테헤란로를 걷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롱패딩에 목도리까지 했지만 잔뜩 목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들, 눈보라가 몰아치는데도 씩씩하게 앞으로 걷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문득 입소가 지어졌습니다.

이런 저를 보며 동료분께서 물었습니다.


"눈을 좋아하세요?"


"네, 추워도 미끄러워도, 눈 오는 날이 좋습니다." 이렇게 대답을 한 후 약간의 말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뭔가 설렙니다. 뉴스에서만 보던, 테헤란로에서, 눈길을 헤쳐가는 회사원들 사이에서 제가 서서 커피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새삼 서울에 있다는 게 실감 납니다."


그때는 그런 하루하루였습니다.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지방 사람이 보는 서울은 텔레비전 속에서나 보던 도시였는데, 그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어릴 때 부르던 "텔레비전 속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가사의 동요는, 상경하는 것만으로 이미 현실이 되었던 겁니다.


3월의 어느 하루인 오늘,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3월에 무슨 눈이야, 빨리 좀 따뜻해지면 좋겠는데'라는 말을 되뇌며 집으로 오는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며 그때의 설렘은 어디로 갔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요즘은 무엇에 설렘을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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