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멍게 May 12. 2022

미대생, 구직 사이트 앞에서 울지 않아도 되는 이유

전공무관 직종에서 1년을 버티며

"Right"으로만 이어지는 길은 없다는걸 알게되기까지

졸업 전 1년, 나는 세상에 직업이 두 개 있다고 생각했다.


3학년 무렵에는 작가와 작가가 되지 않는 것, 그리고 4학년이 되어서는 디자이너 혹은 문화재단 취직. 지금처럼 미술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오기도 전, 그것이 내가 미술 전공으로써 그나마 유리하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둘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 일인지는 당연히 잘 몰랐을 따름이었다.


사고가 그렇게 흘러간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취준이라는 것에 대해 백지인 상태로 구직 플랫폼에 검색을 할 때, (1)그래도 검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름은) 알고있는 직종이고 (2)그나마 전공에서 배운 능력-기획, 창작 실무를 살릴 수 있을 듯한 직종이며 (3)다른 직종이나 업계라 하면 일단 요건이 맞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하게 되기에(주로 개발직군 등 눈에 잘 들어오는 직군과 비교하게 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생각되는 직종 내에서 몇안되는 선택지를 고른 결과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고민으로부터 2년, 첫 글로부터 1년이 지나 현재 나는

한 회사의 경영부에서 신사업전략팀으로 일하고 있다.


취직 후 가장 많이 들은 말 세 가지를 꼽자면 이랬다. "니가 취직을 할지는 몰랐다" "어쩌다 그 일을...?" "너는 작가가 될줄 알았는데" 그리고 이에 응수하는 답은, ...나도 진짜 몰랐어... 였다.


돌이켜보면, 학부생이던 나는 '업계'의 함정에 빠져있었다. 사실 업계보다 중요한 것은 '요건'인 것을. 당시의 나는 막연히 '어떤 일을 할수있나'보다 '내 전공을 받아줄만한 일일까'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아둘 것은, 오히려 문화계의 업이야말로 사실 '창작능력'을 장점으로 내세우긴 어려운 일이란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증언하듯, 문화기관 또한 으레 기대하게 되는 바와 달리,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결국엔 예산 집행 설득의 싸움인 행정에 가깝다. 만약 당신이 막연히 창작과 기획을 위해 문화계를 원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예술가로서 각 재단 지원사업을 모색해보는 편이 낫다.


그러니, 바로 여기서부터 앞서부터 계속한 것과 같이 여기서 질문을 바꿔볼 수 있겠다.

과연 당신을 받아줄 곳은 '문화계통', 혹은 '디자인계통' 뿐일까?

과연 창작/기획 직무만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일까?

그리고 이렇게 번역을 해보자. 당신이 가진 능력은 오직 '창작'을 위한 능력이기만 했을까?



나또한 처음부터 지금의 일을 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 일을 하기까지 수많은 자기부정기와 정의의 순간들이 있었다. 취업이야말로 시작이라고, 처음으로 정식 회사에 들어가서도, 일하는 이로서 나의 새로운 장단점을 찾아가며 업무가 여러번 바뀌었다.


미술을 하며 창작=즉 일을 한다는 것을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여겼던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인지부조화가 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심지어는 학생 시절 호언장담하던 것과는 달리 작가가 되지 않기로 결정한 내가, 이미 작가로써 조금씩 발돋움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초라해보일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거치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일까"대해 전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며, 결과적으로 내 중심은 멀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명확해고 뚜렷해졌다.


미술계를 떠나, 전혀 다른 분야의 직장인이 된 지금, 대외활동 찾기 편-대학원 고민편에 이어 '내 진짜 일을 찾아 취직해보는 법'에 대해 보다 본격적으로 소개해보려 한다.


탈미술러인 당신이 '직무적 장점'을 찾는 방법


모로 가도 일단 날아보자.

먼저, '탈미술'하여 취직을 하고자 하는 당신에게, 우선 시도해볼 것은 다음으로 제안한다.


1. 당신이 관심있는 분야를 솔직하게 파악해라

당신이 사랑하는 문화는 100% 미술만을 칭하는가? 당신이 작업을 할 때,

당신이 취미로 무언가를 할 때 소재가 되었던 것들은 무엇인지 찬찬히 돌아보자.

여기서, "미술도 아직 다 모르는데..."라는 미대생식 자기검열은 넣어두는게 좋다.

우선은 취직 관련이라 생각치말고, 좋아하는 일을 먼저 솔직하게 정의해보자.


당신은 그 분야를 통해 무엇을 해봤나? 당연히 앞으로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당신은 취직 시장의 기준에서 아마 생각보다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나름대로 그 주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작업'이라는 나름의 연구까지 했던 사람들인 셈이기에.


아무리 일과 진심을 분리한다고 최면해도, 사람은 결국 다른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때 훨씬 높은 역량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여기서는 먼저 '솔직하게' 당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좁혀보자.


2. 당신이 관심있는 브랜드에 있는 직무들을 들여다보자,

그렇다면 다음, 당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도 특히나 좋아하는 '브랜드'를 생각해보자,

그곳의 일에 대해, 디자이너나 실무 제작진 외에 어떤 일들이 있는지 찾아본적 있는가?


물론 갑자기 기술직을 떠올려보라는건 아니다. 다만, 아는 것을 먼저 보는 우리의 눈에는 아마 디자인, 마케팅 계통의 직종이 주로 눈에 들어왔을 테고, 이외의 것들은 일단 "요건이 안맞을테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나/관심이 가지 않으니 눌러보지도 않는다. 어쩌면 위 직무들도 일단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보다 회사에는 정말 다양한 직군이 존재하고, 막상 근무내용이나 필요요건을 보면 예상외로 어?하고 반가워지는 문장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우선 스펙이 아닌 그곳에서 원하는 '업무성향' 요건을 보는 것이다. 스펙은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성향은 "당신이 이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면접관과 당신 자신에게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망상은 생각보다 일을 시작하게 만드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미술을 하는 당신이라면 알고 있을테다. 당신이 좋아하는 분야, 좋아하는 회사에서, 당신과 맞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상상해보라. 그리고 우선 당신과 맞는다 생각되는 공고는 모두 스크랩해라. 그리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키워드들을 찾고, 근무환경을 보고, 분류하며 당신의 '적성'을 중심으로 기준을 세워보자.


3. 당신의 장점을 정의하라, 그러면 기준이 보인다

이제 팔로우한 공고들을 모아보자. 유달리 겹치는 키워드가 보인다면, 그것이 당신도 이해하고 있는 당신의 장점이다.


당신과 요건이 맞는 일이 제법 괜찮게 느껴진다면, 거기서부터는 재지말고 정보 수집을 들어가보자. 이 직무를 위해 당신이 쌓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있는지, 어떻게 쌓아볼 수 있을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당신의 어떤 점을 살려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취준의 시작이다. 시간이 없다는 고민보다는 일단 뭐라도 쌓을 계획을 해보자.


4. 알았다면, 당신이 원하는 업계의 동태를 계속해서 파악하라

그렇다면 다음, 그곳에서 얼마간의 주기로 신입을 뽑고, 팀원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으며, 어떤 사업들을 하고 향후에는 어떤 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지 그려보라.


이는 자소서와 면접에서도 결국 마주하게 되겠지만, 그 이전부터 당신이 그곳의 일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공부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이 어떻게 더욱 발전하여 다음 스텝을 그려볼 수 있을지 알게 한다.


너무 시작부터 멀리가는게 아닌가 생각말자. 일하는 사람들의 눈은 정확한법. 진짜로 함께 미래를 그릴줄 아는 이의 아우라는 다르게 느낄수밖에 없다.


5. 그리고, 시도해보자

결국엔, 어차피 시작하지 않는다면 무엇하나 알 수 없다.

지난 대외활동 편에서와 마찬가지로, 결국 공고는 '비벼보기'의 싸움이다.

그러니 일단은, 연습이라 생각하고 질러보라. (*물론 우대사항에 나와있는 요건들은 기본적으로 준비해두자.)


자소설은 생각보다 매력적인 자기 정의의 시간이므로, 여태까지의 과정을 통해 당신이 이 일을 원하는 이유를 자소서를 통해 정의하고 풀어나가보자. 사*인 등에서 합격자소서를 참고하며 '자소서로써 매력적인 글'이 어던 식인지 파악하며 적으면 더 좋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후의 글에서 더 정리해보겠다.



당신, 그 일을 해도 괜찮은 이유
...라고, 두 다리를 달달 떨며 말하고는 했다


사실, 나는 취준을 하면서까지도 창작을 안하면 내가 망할 줄 알았다.


그러나 창작이 아닌 대외활동들을 하며 내가 생각보다 글과 영상, 마케팅같은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고, 나름의 역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로 사회적 비전을 위해 언론 분야의 다양한 직무 시험도 준비하며 인턴에 합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 업계에서 말단으로 일하며, 스스로의 업무성향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고민하게 되었고, 기껏 틀은 방향을 또 한 번 틀어 스타트업에 첫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그러나 물론 그또한 끝은 아니었다. 취업한 직무인 영상 제작과 달리, 스타트업에서는 아직 초기 회사인만큼 지원사업 서류작성, 신입사원 인사, 이벤트 기획과 서포터즈 모집, 마케팅 등등의 일까지도 소화해내야 했다. 자금을 위해 직접 외부발표를 나가기도 했으며, 사람이 절실한 입장으로 면접질문을 작성하고 면접관이 되어보며 팀이 구직자를 원할 때 무엇을 바라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일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나의 장점은 오히려 트렌드 파악, 스토리텔링, 발표 능력과 같은 사소한줄 알았던 능력들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사실, 정작 취준을 하며 나의 시간선은 추천한 과정의 역순이었을 따름이다.


지금으로써는 어짜피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던 취준 과정에서, 운이 좋게도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뭔지 고민할만한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한 것은, 오히려 내가 가진 강점들은 미술을 통며 더욱 강화된 장점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미술'만 했다면 스스로 정의하기는 어려웠을 장점이라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일이란 것 자체가 결국엔 창작과 비슷한 고민=기획의 과정을 거치므로, 창작을 할줄 안다는 장점이 마이너스가 될리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들 하나하나가 당신의 기지를 통해 이루어질 일이므로.


그러니, 취준은 결국 '지금 할 줄 아는 일'이 찾는 것뿐만 아니라, '당신이 가진 장점을 어떤 식으로 소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들여다볼 수 있겠다.


어차피 당신은 제자리를 맞춰가고 말 것이기에

뭔가 꼬인 것 같아도, 결국엔 당신의 길로 이어진다

그러면 마지막, 탈미술 후 다시는 창작 생각이 나지 않을까? 아니, 아마도 계속해서 날 것이다.

일에 만족하는 한편, 여러 방면에서 조금씩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동기들을 보며 창작을 계속하는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알다시피, 창작은 결국 (아무리 과제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해도) 우리 마음대로 하는 일이 아니었는가. 그러니 결국 창작은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정신없이 회사에 적응하는 동안에도 창작에 대한 갈증으로 지인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정말 죽음의 일정이긴 했다), 간소하게 창작물들을 만들며 나는 오히려 졸업 즈음보다도 더, 이 일이 여전히 재밌고 그립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취직을 하기 전, 나는 입시와 비슷한 시선으로 작업을 바라봤다. 졸업을 하자마자 전시를 하지 않아서, 지원사업을 따보지 않아서, 인맥을 만들어두지 않아서, 내가 원하던 '젊은 작가'에는 끼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곳이었고,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조금씩 글과 영상 같은 작업을 도모해보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 내게 무엇을 정해주지 않으므로, 오직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의 작업이다.


혹시나 미술을 관두는게 두려운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내가 하고싶던, 할 수 있던 일'을 놓아버리는 것 같아서 두려운 사람이라면, 이 말을 하고 싶다. 내가 하려던 일들을 잠깐 놓아본다 해도, 괜찮다. 모든건 변화하는게 당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당신이 스스로 돌아오게 만든다. 돈 때문에 포기하게 된다거나 하는, 우리 의지 밖의 이유들을 품고, 우리는 잠시 넣어둘 뿐이다. 당신의 일은 당신에게 보다 많은 발견을 하게 만들지 모른다. 세상엔 정말로 생각보다 많은 방법이 존재하므로.


그러니 지금은, 미술을 하던 나와 미술을 하지 않는 나를 분리하는 대신,

당신이 몰랐던 세계를 들여다보고 당신의 장점을 시험해볼 때다.




=================================

안녕하세요. 이전 글로부터 1년이 지나 다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말을 못해 지키지 못해 크게 죄송한 마음과, 지금까지도 팔로우를 해주심에 정말 큰 감사의 마음을 함께 느낍니다.


다시 글을 쓰다보니 이전과는 시선이 많이 달라진지라, 학생때와 같은 독기(?)가 살지 않는듯해 많은 고민이 있어 더더욱 늦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편을 계기로 다시 학생 때의 고민들을 이끌어내어.. 써볼 수 있지 않을까? 나름의 다짐을 해봤습니다.


이번편부터는 갓 사회인으로써 조금이나마 더 튼튼해진 인사이트로, 보다 쓸만한 정보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 하니, 그러니, 혹시나 듣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D 본래 졸업생 중 가장 대화하고싶은 졸업생은 이제 막 2년차랬으니까요 ;D 노력해보겠습니다.


다음편 : '미대 출신'은 어떻게 타 직군 자소서+면접을 쓸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미대생과 대학원의 밀고 당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