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 정말 암 환자들이 많다.
SNS만 돌아다녀도 나이, 성별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은 암 환자들이 보인다. 내가 암 환자가 아니었다면 더 적게 보였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2022년 12월 28일 발표된 국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유병자는 2021년 1월 1일 기준 약 228만명이다. 암유병자는 암 확진을 받아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을 말한다. 정부에서 전국적으로 암 통계를 내기 시작한 건 1999년이다.
228만명 중 남성은 99만8948명, 여성은 127만7844명이다.
2022년 신규 암 등록환자는 35만3525명. 정말 암 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또 눈길을 끄는 통계가 있다. 국가통계포털을 살펴보면 ‘암 5년 생존율’을 볼 수 있는데 발생시기에 따라 1993년~1995년 42.9%, 1996년~2000년 45.2%, 2001년~2005년 54.2%, 2006년~2010년 65.5%, 20211년~2015년 70.8%다.
최근일수록 생존율이 높다.
물론 암 종류, 환자의 나이, 상태 등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과거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암 판정을 받는 순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 오는 건 모두가 다 똑같다. 일반인이라면 생각지도 않았던 ‘죽음’이라는 단어와 매 순간 맞닥뜨려야 한다. 그 공포는 나 자신은 물론 온 가족에게 소리 소문없이 전염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난 암 판정을 받을 당시보다 그 이후에 천천히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난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다. 암 판정을 받은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고 이제는 살아야 했다.
다친 간, 병 든 간은 새 간으로 되돌릴 수 없다던 의사의 말이 두고두고 머릿속에 남았다. “왜 그동안 관리를 안 했을까?” 하는 후회도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참 많은 것을 바꿔야 했다. 식습관부터 운동, 생각 등 거의 모든 생활 패턴을 바꿔야 했다. 경제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일도 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과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다. 아프고 나면 우선순위가 바뀐다더니 내가 그렇게 됐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은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다. 내게 1순위는 가족이다.
직장에서의 성공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약 20여 년간 열심히 일했다. 좋은 동료, 선후배 등등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일에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살면서 일 보다 중요한 건 아주 많다.
죽음에 직면해 보니 생각보다 남은 시간이 적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그러다보니 하기 싫은 일, 스트레스 받는 일, 남과 경쟁하는 일 등등 할 필요가 없는 일들이 구분이 됐다.
지금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아이들과 매일같이 치고 박고 하고 있고 아내에게 타박받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다시 일도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과거보다 지금이 행복하다. 비록 간 절제 수술을 받고 몸에는 6개의 흉터가 지금도 남아 있지만 하루 하루가 참 소중하다.
오늘도 그런 하루가 지나갔다.
침대에서 잠든 두 아이와 아내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