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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별 Oct 23. 2024

간암은 내 삶을 극적으로 바꿔 놓았다

간암은 내 삶을 극단적으로 바꿔 놓았다. 극적으로 바꿨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42인치가 넘던 허리둘레는 34인치 정도로 줄었고 며칠 전 잰 몸무게는 86.7kg을 찍었다. 아마도 대학생때 이래 최저치 몸무게가 아닌가 싶다. 40kg을 넘게 감량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간암 판정 이후 내 삶의 모든 목적과 행동은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다. 삶에 대한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비록 아내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아이들이 크는 모습, 아내와 행복하게 늙어가는 모습을 머릿속이 아닌 현실에서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생명을 주신 이도 거두시는 이도 하나님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만큼 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내 몸을 움직이는 것 그리고 먹는 것들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고 식단을 조절했다. 참 신기한 일은 생각 보다 식단 조절이 어렵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를 지켜본 아내는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간암 판정 이후 운동을 하면서 음식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몸을 챙길 수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러다 보니 먹을 음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몸 관리를 시작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끊은 음식은 탄산음료다. 평상시 사이다, 콜라 등 탄산음료를 참 잘 마셨는데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이온음료, 주스 등도 끊었다. 화학적인 재료들이 들어간 것을 찾아 마시지 않는다. 그나마 마시는 것은 커피와 물이다.     


건강기능식품이나 각종 보조제 등도 끊었다. 기존에는 홍삼이 몸에 잘 맞아 종종 먹었지만 의사의 권유에 따라 일체 먹지 않는다.      

라면도 끊었다. 밀가루를 최대한 멀리했다. 지금은 국수를 먹긴 하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국수도 먹지 않았다. 대신 메밀면이나 냉면을 먹었다.        


밀가루를 멀리 하다 보니 빵도 끊어야 했지만 일반 식사 대신 샌드위치를 먹는 경우가 있다 보니 식빵은 가끔 먹는다. 대신 일반 식빵 보다는 곡물빵 등을 주로 찾아 먹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과 피자도 일부러 먹지 않는다. 그나마 훈제식으로 태우지 않고 구운 치킨은 한두 조각씩 먹지만 처음 1년은 한 식탁에서 아이들은 치킨과 피자를 나는 혼자 샐러드를 먹기도 했다.     


진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되도록 의사와 모든 것을 상의했다. 모르는 걸 물으면 의사도 잘 설명해 준다. 내 몸을 치료해 주는 사람이 의사인 만큼 그의 말을 믿고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어설프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따를 필요는 없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정말 살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너무 좋아진 몸 상태에 내가 암 환자란 것을 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내 곁에서 항상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여보는 암 환자에요. 정신 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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