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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에 대한 그리움

대표는 외로움. 졸라 고독하구만.

#현업에 대한 그리움

          

택배가 왔다.     

홈쇼핑 업체 GS Shop의 의류 제품들이 좋아서 종종 주문하곤 한다.          


쿠팡MD인 상품기획자로 일했기에,     

어떤 제품이 좋은지, 가격대비 퀄리티가 좋은지를 잘 파악할 수 있다.       

   

MD를 하면서 라이프스타일 사이클대로 카테고리를 한 바퀴 돌았다.     

식품, 유아동, 뷰티, 트렌드 의류까지.          


이렇게 상품기획자를 했던 경험 덕분에     

다양한 상품에 대한 지식들이 생겼다.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하다가,     

유통업, 즉 커머스에서 교육업으로 업을 바꿨다.         

 

변화, 트랜스포메이션에는 성공하였고     

나한테 더욱 딱 맞는 옷을 입었다.          


하지만 나는 종종 현업에서 활발히 뛰던     

내가 그립긴 하다.          


지금도 대학생부터 CEO까지 많은 분들을 만나서     

강의, 강연, 컨설팅, 코칭을 하지만          


현업에서의 어떤 업에 대한 파워풀한 전문성.     

산업과 회사가 주는 직무, 직위, 직급.          


그로 인한 공신력.     

주변 사람들의 인정.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를 나온 지금의 내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자유를 얻고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 내가 뭘 하는 지 잘 모르는 상태이고,     

N잡러나 인디펜던트워커 이런 말로 불려지는데.          


쿠팡에 있을 때는 아주 명확하게     

"내 친구 쿠팡MD야. 상품기획자야." 이런 것이 있었다.          


가끔 나는 현업이 매우 그립다.     

회사를 다닐 땐 몰랐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정말 업체들로부터 오는 수많은 샘플박스를     

신데렐라처럼 날랐다. 하루에도 정말 많은 박스를 까대기를 했다. (유통 은어다; 박스를 까댄다는 뜻이다)          

MD라고 해서 멋진 일을 할 것이다.     

기획력과 아이디어를 반짝반짝 빛내며 브레인으로 일할거다라는 내 예상과 다르게.          


AMD로 시작한 나.     

공채로 입사를 하고 애초에 MD직군으로 채용되었지만.          


내가 하고자 했던 식품MD는 특히나 더욱 더 보수적인 분야이기에     

사람의 입에 바로 들어가는 음식을 다루는 일이었기에.          


빠르게 MD로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까대기를 하느라 블라우스가 항상 엉망이 되고 올이 나갔고     

네일아트를 할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젊고, 빛났고,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대한민국 식품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쿠팡이라는 큰 쇼핑플랫폼에서 일했으니 말이다.          


정말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먹는     

식품을 선택하고 상품기획 일을 했으니까.          


MD를 했을 때는 매일 상품만 생각하니까     

좀 더 휴머니즘이 많은 업인 교육업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실제로 나는 MD로 일하면서, 상품을 기획하는 본업을 참 좋아했는데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 AMD들에게 교육하는 업무를 잘 하기도 했다.          


그래서 교육업에 왔다.     

원래는 마케팅팀으로 전배를 할까, 인사팀으로 전배를 할까하다가.         

 

근데 막상 교육업을 하다보니까     

이제 현업이 그립기도 하다.          


마치 한국에 있을 때 미국병 걸리고,     

유학생 시절 미국에 있을 때 한국병 걸렸던 것처럼.          


이럴 때가 참 많다.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때.          


내가 있는 곳의 소중함도 모르고,     

내가 하고 있는 것의 소중함도 모르고.     

내가 만나는 사람이 소중한 것도.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          


그게 일이든, 가진 것이든,     

있는 곳이든, 하고 있는 것이든, 사람이든.     


익숙함이라는 이름 하에 소중함이 옅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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