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누구나 잘 하는 게 하나쯤은 있어

있다. 반드시 있다. 살다보면 찾아지고, 하다보면 만들어진다.

#누구나 잘 하는 게 하나쯤은 있어     

 유튜브 세바시에서 개그맨 김영철님이 강연을 한 적 있다. 개그맨이지만 웃기는 것을 잘 하지 못 해서 의외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아는 형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수근님은 웃기는데 천재라고 한다. 자신은 노잼이라는 놀림을 받고, 개그맨의 본업인 웃기는 것을 잘 하지 못 한다는 생각에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아는 형님의 PD는 대체 김영철님이 왜 힘드냐고 반문했다. 힘든 건 오히려 이수근님이 아니냐며. 지난 방송에도 10번을 웃겼으니, 이번에는 11번을 웃겨야 되는 부담감을 가져야 하니 말이다.      

 반면 김영철님은 지난 방송에도 못 웃겼으니, 이번 방송에서 못 웃겨도 그냥 못 웃긴 것이고, 한 번을 웃기면 좋은 것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이수근님은 웃기는데 천재고, 민경훈님은 4차원이고, 김희철님은 돌+아이고, 강호동님과 서장훈님은 각각 씨름과 농구에서 1등을 한 사람들이니…. 자신은 아무것도 못 하고, 잘 하는 게 없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잘 하는 게 없어서 힘들어하던 그에게도 잘 찾아보니 잘 하는 게 있었다. 바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웃기는 것과 일찍 일어나는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는 일찍 일어나겠다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웃는 것을 내가 컨트롤하기가 힘들다. 아무리 웃기려고 열심히 노력해도, 관객이나 시청자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웃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찍 일어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일찍 일어날 수 있는 것. 이렇게 하나쯤 잘 하는 게 있었던 덕에, 5년이 넘도록 매일 아침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7~9시까지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라디오프로그램의 애칭은 김영철의 파워에프엠을 줄여 철파엠이라고 불려진다.     

 생각해보면 잘 하는게 하나쯤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있다. 참 꾸준하다. 16년이 넘게 영어공부를 했다. 강연했던 시점이 2019년이니 2021년인 지금은 18년이 넘게 영어공부를 하고 있으리라.     

 주중에 영어학원을 다니고, 주말에도 영어학원을 다니며, 틈이 날 때는 전화영어를 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일찍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잘 하는 것이고, 꾸준함도 실력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트콤을 하는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물론 이 꿈은 되면 좋고, 안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한다. 안 된다 하더라도 이미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강연을 듣고, 그가 엄청나게 웃긴 개그맨은 아닐지 몰라도 대한민국에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그맨이지만 진심어린 노력을 하는 사람이고, 외국생활을 해서가 아닌 본인의 노력으로 영어를 잘 하는 개그맨. 강연이라는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더한 사람. 삶의 메시지를 가장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전하는 공감을 만드는 재미있는 강연가.     

 강연을 보고나서 더 이상 김영철이라는 사람을 판단하는 모든 잣대가 사라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잣대에서 자유로워졌다. 웃기는 개그맨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진심어린 노력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 굳이 개그맨이라는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그냥 자기 자신 자체로 멋진 사람으로 보였다. 갑자기 그가 엄청 자유로워보였다.     

 우리는 누구나 잘 하고자 참 노력한다. 하지만 그 놈의 잘이 문제다. 잘 하고자 하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못 하게 된다. 잘 할 자신이 없어지니까 시작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소중한 나를 방어하는 것이다.     

 잘 하고자 했는데, 잘 안 되면 멋쩍어지니까.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우니까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잘 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유튜브를 하면서 인생을 배웠다. 유튜브를 할 때, 잘 하고자 생각했다. 그랬더니 아예 올리지를 못 했다. 잘 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면, 이는 조횟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좋아요의 개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이 될 것이다.     

 마치 개그맨이 관객이나 시청자를 웃기려고 하는데, 그들은 타인이기에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유튜브를 잘 한다는 것은 내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유튜브를 한다는 것. 단지 자주 업로드를 한다는 것은 다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조횟수나 좋아요나 댓글 개수나 반응에 신경쓰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기로 결심했다. 그냥 올리는 것 말이다.     

 인스타그램 역시도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쓴다. 그리고 올린다. 매일 올린다. 컴퓨터는 이진법만 알아듣는다. 0과 1만 알아듣는다. 그냥 하루하루 블로그를 1일 1포스팅을 할 뿐이다.     

 대단히 잘 쓴 글이나, 대단히 잘 찍은 사진을 올리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실력은 늘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루하루 매일 꾸준히 쌓아가는데, 실패하거나 후퇴하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쏘지 않으면 명중할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나 잘 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