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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넌 그렇게 예쁘게 살아

욕심을 내려놓고 방긋방긋 웃으며 예쁘게 살기

#그래 넌 그렇게 예쁘게 살아     

 남자친구랑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집 앞에 자주 가는 한식당이었다. 나는 항상 예의가 바르게 인사하고, 방긋방긋 웃는 편이다. 그래서 어딜가든 어르신분들이 참 좋아해주신다. 식당의 여자 사장님도 나를 참 좋아하신다. 감사한 일이다.      

 내가 평소에 많이 듣는 말은 “아가씨 남자친구 있어요?”, 이후 아들 자랑 블라블라블라. 예를 들면 우리 아들이 고려대학교 졸업하고 지금 대기업에 다니고, 내가 몇십억짜리 아파트를 물려줬는데 블라블라. 그리고 마지막에 하시는 말씀은 “우리 며느리 삼았으면 소원이 없겠네”이다.     

 사실 나는 이전에 자신감이 정말 없었다. 이 세상에 예쁜 사람은 너무 많았다. 같은 과에는 완벽한 몸매에, 완벽한 비율에 심지어 머릿결마저 이쁜 건대여신이 있었다. 같은 과에 똑똑한 여자도 너무 많았다. 똑똑해서 반수하여 SKY에 간 언니. 똑똑해서 1년만에 7급 공무원 시험을 합격하고, 서울시청 공무원이 된 친구도 있다. 그 외에도 똑똑해서 의대에 간 친구들. 서울대 법대에 간 친구. 포항공대에 간 친구 등이 있었다.     

 돈 많은 친구들도 많았다. 아빠가 현대자동차 임원인 친구. 아빠가 외교관이라 프랑스로 유학 간 친구.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 살아서, 재외국민 전형으로 의대를 간 친구.     

 그래서 나는 모든지 애매했기에 적당한 외모에 적당한 지성에 돈은 없었다; 빽도 없었다. 정말 1도 없었다. 그래서 실패를 하면 충격을 받아줄 부모의 에어백같은 경제력은 솔직히 없었다. 뭐 하나 빼어나지 않고, 돈은 부족하고... 자신감이 있을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부모님의 이혼. 이것으로 인해 나의 열등감은 폭발했다. 만약에 남자친구가 생기고, 상견례를 하게 되면 이 점을 싫어하시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그 점이 그나마 덜 결점처럼 보여지게 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들을 해서 정량적, 정성적 스펙을 하드캐리하여 끌어올려왔다.     

 그런데 의외로 다소 깐깐하고 까칠한 서울대 출신의 남자인 대학 교수님도 내 매력에 빠져들어, 나를 너무너무 며느리 삼고 싶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수십억의 강남 아파트를 물려줬다고 하며 어필을 하셨다. 내가 뭐라고...ㅋ     

 내가 가진 장점은 그저 방긋방긋 잘 웃는 것 뿐이었는데. 예쁘게 말하려고 항상 노력하는 것 뿐 이었는데 말이다.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지. 엄청난 희소가치가 된 것이다.     

 도시적이고 시크한 느낌이 많은 얼음공주같은 미인들을 제치고, 방긋방긋 잘 웃고 예쁘게 말하려고 하는 맏며느리상 동글동글 복덩이같은 보름달같은 내가 이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밥을 먹는데, 사장님이 “언제보나 참 이뻐. 보면 기분이 좋아져”라고 말씀하셨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문득 이 때 남자친구가 나에게 “그래 규림아 예쁘게 살어”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그동안 너무나 바빴다.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달렸다. 미친 듯이 일했다. 그러다보니 실은 내 표정에는 웃음도 많이 없었다. 웃음기가 사라진게지.     

 요즘에는 돈보다도 오히려 약간 휴식을 취하며,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탐색하고, 배움을 하고, 취미를 즐기고 있다.     

 그 여유가 표정에서 드러났는지, 사장님께도 해사하게 웃으면서 방긋방긋 거렸던 거다.     

 그럴까? 그래 이렇게 예쁘게 그냥 살까?     

 너무 많은 욕심에 찌들려서, 미간에 보톡스를 맞아야할 정도로 찌푸리면서 살지 말고.     

 너무 많은 일에 압도 당해, 야식을 먹다가 위장병을 얻지 말고.     

 수많은 컨설팅을 하다, 나를 촛불처럼 태우고 희생하면서 손가락 관절염과 터널증후군, 목디스크, 허리 디스크에 시달리지 말고.     

 지금처럼 조금 덜 벌더라도, 마음은 여유롭게, 표정은 방긋방긋 웃으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예쁘게 살까?     

 그리고 오늘. 베프친구와 카톡으로 연락을 나누었다. 친구는 집에서 카톡 온라인 상담으로 돈을 버는 일을 한다. 나도 친구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그래 00아, 너는 예쁘게 살어”     

 사실 어찌 보면 친구는 항상 나보다 고생을 덜 하는 편이었다. 나는 어찌 보면 이룬 것들은 많지만, 그만큼 많이 고생을 하고 struggle하게 인생을 살아왔다. 뼈저리게 경험하고, 느끼고, 무대에 오르고 등등.     

 근데 나도 친구를 보니까 똑같은 생각이 드는거다. 내가 너무 아끼는 사람이기에, 친구는 덜 고생했으면 좋겠는 거다. 그리고 친구의 그 여유롭고 예쁜 모습이 보기 좋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는 거다.     

 나는 내 남자친구도 좀 더 고생을 덜 하고 예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의 인정을 덜 받아도 좋으니, 작품의 완성도가 좀 더 떨어져도 괜찮으니.     

 표정에는 웃음이, 말과 마음에는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예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욕심을 좀 더 덜어내고, 예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세상도, 말도, 마음도 좀 더 따뜻해지면서 휴머니즘을 찾아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 예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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