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일이었을까. 지난 주말, 오랜만에 친한 이성친구와 단 둘이 꽃구경을 하러 갔다. 물론 내가 보러가자고 했고, 친구도 좋다며 함께 갔다. 목적은 단 하나, 핑크뮬리를 보러가기 위해 평택의 바람새마을을 방문했다.
버스를 타고 얼마나 이동했을까. 정류장에서 내린 나와 친구는 자그마치 1km를 걸어야 했다. 오직 핑크뮬리라는 꽃을 보기 위해서다. 입구에 도착하자 인당 2천원의 입장료를 낸 우리는 생각보다 핑크뮬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바람새마을, 평택시
마치 정류장처럼 꾸며놓은 게 동심어린 추억의 프레임을 보여준다. 딱 봐도 포토존이라 사진을 찍으려는 커플과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함께 인증샷을 찍어주지 않는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전에 핑크뮬리 군락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버렸다.
저 멀리 한줄로 이쁘게 서 있는 해바라기들.
분홍빛 물결(어떻게 보면 자주빛으로 보이는 물결)이 바람을 타고 일렁인다. 예상보다 제법 아름다웠다.
그 한 가운데 한 줄로 가지런히 길을 지키는 해바라기들도 믿음직하니 서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핑크뮬리를 보던 친구가 곰팡이같다는 평을 듣고는 내 마음도 함께 흔들림을 느꼈다.(나는 포근한 이불처럼 느껴졌는데 ㅠ.ㅠ) 감정이 메말랐다며 자책을 하는 친구를 뒤로 한채 핑크뮬리를 가까이서 보게 된 나는, 멀리서 보던 것과는 비주얼이 사뭇 다른 모습을 보고 살짝 낯설뻔 했다.
핑크뮬리의 접사(?)
보시다시피 생각보다 이쁜 얼굴은 아니었다. 멀리서 봤을 땐 참 이뻐보였는데 말이지. 그래도 보다보니 정감이 드는 것 같다. 함께 어울러야 아름다운 종인 것 같다.
이어서 친구가 나에게 핑크뮬리가 생태계교란종이라는 정보를 알려줬다. 지방의 관광지들이 먹고 살기 위해 관광목적으로 제한적인 양식을 하는 모양이다. 개화시기가 10월 말이면 끝난다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타이밍이었다.
사실 난 이런 정보를 전혀 몰랐다. 이런 정보도 없이 무턱대고 보러오자고 한 나도 대단하고, 이런 나와 함께 평택까지 내려와 준 친구에게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