찝찝하지만 어쩔수가 없다.
■ 평일 아침 8시,
셋째가 밥을 입에 문 채로 씹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큰 애는 입은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벗어던지고,
둘째는 가방이 무겁다며 읽던 책을 들고 쇼파에 드러눕는다.
그 옆에서 아내와 나는 숟가락을 들고 셋째를 다그치고,
큰애 양말을 골라 신기고, 알림장을 둘째 가방에 우겨
넣는다.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학교에 갈 준비는 안 되어있다.
나는 “아, 오늘도 시작이다…” 하는 한숨이 돈다.
학교 앞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내는 다시 회사에 전화를 걸고 교통체증 속에 발을 동동
구르며 통화를 한다. 머릿속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아이도, 내 일도 뭔가 제대로 처리됐다는 기분이 없다.
밥 알들은 바닥에 굴러다닐 것이고, 누군가는 준비물을
빼먹었을 거다. 그걸 알면서도 교문 앞에서 돌아선다.
그 찝찝함은 마치 회식때 술에 취해 바지에 방구로 오인한
설사를 지려놓고 그 상태로 어쩔 수 없이 귀가하는 기분
같다. 지금은 못 닦는다. 참아야 한다.
일단 당장을 버텨야 한다.
회사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인사에서 누락될 거라는 소문이 들리고, 내 이름이
명단에 없을까 봐 불안하다. 내가 원하던 자리는 또 비껴
간다. 가정도, 회사도 어느 곳 하나 똑 부러지게 잘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그 찝찝함 속에서도 아침은
오고, 점심을 먹고, 퇴근은 한다. 그리고 집에는 가족이
있다.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이 불완전함을 품은 ‘똥 지리고 참는’
기분을 느끼며 엉망인듯 어떻게든 굴러가는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다. 완벽하게 닦을 수만은 없다는 걸
인정하고, 그러면서도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덜 지리기를
바라며 또 하루를 산다. 그리고 가끔, 집에 들어올 때,
아이들이 웃으며 반겨주고 맞벌이 아내와 고생했다고 서로
어깨를 두드려줄 때 그 찝찝했던 마음이 조금은 깨끗해진다.
그런 게 똥지리고도 참고 꾿꾿이 살아가는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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