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2
정원 한편에는 담 밑으로 그늘을 만드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었고, 곳곳에 흔히 볼 수 없는 관목식물들이 늘어져 있었다. 잔디는 일정한 길이로 정돈되어 있었고, 한 가운데로 난 대리석 길이 대문부터 본채를 잇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노란 조명이 서 있었다. 초록빛 정원은 노란 조명을 따라 금빛으로 변해 있었다. 정원 가장자리는 한층 낮은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공중정원을 연상시켰다.
배달 의뢰를 받아들이고 집주소를 확인할 때까지도 토니는 그 집에 배달을 가게 될 줄 몰랐다. 그는 그 집의 삼거리와 멀지 않은 빌라 촌에서 살고 있었다. 때문에 집 주위 배달이면 응당 어느 빌라 중에 하나이겠거니 생각하고 배달에 나섰다. 집에서 나와 마라탕 가게에 들러 음식을 건네받은 뒤 그 집에 도착했다. 나무명패 아래 초인종을 누르니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누구시냐고 물었다.
“마라탕 배달 왔습니다.”
“음···.”
인터폰 너머 여자는 침묵 속에서 뜸을 들였다. 토니가 다시 말을 하려는 찰나, 파란 대문이 부드러운 굉음을 내며 열렸다. 그는 금빛 정원을 지나쳐 대문 못지않게 높은 문을 마주했고,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몇 초 뒤에 문이 열리면서 문 사이로 희멀건 손이 삐죽 튀어나와 음식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카드를 쥔 손이 튀어나왔다. 토니는 카드를 받아들었다. 회색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였다. 토니는 그 카드를 직접 만져본 것이 처음이었고, 물론 그 카드로 결제를 진행하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침착하게 결제를 끝내고 단말기에서 나오는 영수증을 건네려고 하자, 희멀건 손은 손바닥을 휘휘 저으며 영수증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손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토니는 그 집을 나오면서, 다음 주에 출근하여 제임스에게 이 경험담을 들려줄 생각에 신이 났다. 비록 옥자씨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딸로 추정되는 분이 귀티 나는 하얀 손을 갖고 있다는 얘기만으로도 즐거운 점심산책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밤은 길었다. 토니가 그 집의 배달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배달 의뢰가 들어왔다. 그 집이었다. 토니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달 의뢰를 수락하고 마라탕 가게로 다시 갔다. 마라탕 가게에 들어서자 마라탕 가게의 사장은 토니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안에 있는 콜라 어쨌어요?”
토니는 이해가 되질 않아 아무 대답을 못하다가, 그의 얼굴을 보고 어떤 의미인지 알아챘다. 그리고는 화를 냈다.
“무슨 소리에요? 제가 배달안하고 훔치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그럼 왜 손님이 콜라만 다시 갖다 달라고 하겠어요? 콜라 값 보다 배달 수수료가 더 나가는데.”
토니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의 눈매는 흐리멍덩하게 생겼지만, 눈알의 초점이 명확했다.
“그야 제가 모르죠.”
토니가 말했다. 그러자 마라탕 가게의 사장은 토니에게 고개를 돌리고 포장된 콜라를 토니에게 내밀었다.
“일단 갔다 와요.”
토니는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 사장님. 제가 배달일 이전에 여기 손님으로 온 게 몇 번인데 그렇게 의심을 합니까.”
마라탕 사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토니를 쳐다보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토니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일단 이거는 배달하고 오겠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듣고 와서 얘기하죠.”
토니는 다시 그 집 앞 대문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인터폰 너머의 흰 손이 들어오라고 말했다. 황금빛 정원을 지나쳐 다시 문 앞에 도착하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서 이리저리 걷고 있었다.
토니는 겸연쩍게 먼저 인사를 했다. 소녀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감사하다는 말을 한 뒤, 토니에게서 콜라를 건네받으려 했다. 토니는 포장된 콜라를 건네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까 배달된 음료수가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아, 아니에요. 엎질렀어요.”
소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토니는 소녀가 께름칙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그걸로 끝이었다. 때문에 아무 말 없이 카드 단말기를 꺼냈다. 소녀도 아무 말 없이 다시 회색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토니에게 내밀었다.
“아저씨, 그 마라탕 드셔보셨어요?”
토니가 카드 단말기를 쥐고 결제를 진행하고 있을 때 소녀가 물었다. 토니는 마라탕 가게의 사장이 콜라는 어디 갔냐며 물었을 때와 같이, 질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소녀가 말을 하고 난 뒤에도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질문의 의미를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토니는 자신이 먹어본 그 마라탕의 맛을 떠올리다가, 마라탕 가게의 사장이 생각났다. 괘씸하다는 감정이 일자, 토니는 소녀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네, 먹어봤어요. 맛도 없고, 위생상태도 영 찜찜해요.”
토니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스스로도 조금 놀랐으나, 이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아저씨, 그럼 거기 마라탕 말고 다른 음식점 꺼 하나만 배달 해주실래요? 돈은 따로 더 드릴 수 있어요.”
토니는 께름칙한 상황에 초대받았다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따로 준다는 돈의 액수가 궁금했다. 얼마나 줄 수 있냐고 되묻기 전에 혹시 이러는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수락하시면 알려준다고 말했다.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토니는 여전히 경계심을 갖고, 그럼 어느 음식을 원하냐고 물었다.
“그냥 아저씨가 좋아하는 음식이요.”
토니는 그 답을 듣고 더 불안해졌다. 소녀는 어느새 토니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는 토니가 고개를 푹 숙이고 고민했다. 그때 소녀가 서있는 문 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바라! 뭐해!”
토니는 고민을 하다가 날카로운 목소리를 듣고 생각을 멈췄다.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저씨 빨리요.”
“할게.”
“다녀오세요. 돈은 음식 받을 때 드릴게요. 음식 값 포함해서 드릴테니까 걱정마시구요.”
소녀는 문을 닫고 들어갔다. 둔탁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명징하게 울렸다.
토니는 그 집을 나와 어떤 음식점을 갈까 고민했다. 자신이 이 동네에서 살면서 먹어본 음식 중에 부자가 제일 좋아할만한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토니는 포케로 결정하고 포케 가게로 향했다. 가게로 자전거를 몰면서 문 뒤에서 들린 목소리를 떠올렸다. 토니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옥자 씨라고 짐작했다.
포케를 사서 다시 그 집에 갔을 때,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토니는 나무명패 아래서 초인종을 세 번째 누르고 있었다. 인터폰 너머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카롭고 찢어지는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토니는 그 목소리가 옥자씨의 목소리라고 짐작했다.
“저···. 배달 왔습니다.”
“주문 한적 없어요.”
토니는 당황했으나, 순순히 물러 설순 없었다. 배달비는 못 받아도 포케 값이라도 돌려받아야 했다.
“저···. 따님이 배달 하셨습니다.”
“그래요?”
정적이 흘렀다. 선선한 날씨임에도, 토니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육중한 대문이 열렸다. 대문이 열리자 바바라가 대문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 뒤에 옥자씨도 바바라를 쫓아 전력을 다해 뛰고 있었다. 토니는 대문을 열고 그 사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바라가 먼저 대문을 통과해 나왔다. 토니는 어쩔 줄 모르고 대문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다른 한손에 들린 포케가 흔들거렸다.
바바라는 대문 앞에 세워져 있는 토니의 자전거 손잡이를 쥐고 뛰기 시작했다.
“아저씨, 따라와요!”
토니의 눈앞으로 옥자씨가 지나갔다. 토니가 우두커니 서서 바라만 보고 있자, 바바라가 자전거 페달에 발을 얹으려고 연신 바닥을 향해 발길질을 하며 소리쳤다.
“아저씨, 돈!”
토니도 바바라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바바라는 자전거의 안장이 높아 자전거에 완전히 타질 못하고 있었다. 바바라는 자전거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토니는 누워있는 자전거를 피해 바바라를 따라 잡았고, 옥자 씨는 숨을 헐떡이며 먼발치에서 바바라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마시멜로! 바바라! 마시멜로!”
토니와 바바라는 옥자 씨가 시야에서 안보일 때까지 계속 뛰었다. 빌라 촌을 지나 토니의 회사 근처까지 갔을 때, 바바라가 걷기 시작했다. 토니가 잠깐 멈추거나 근처 카페에 가서 얘기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바바라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저씨가 엄마를 몰라서 그래요. 절대 포기 안 해요. 지금도 저희 쪽으로 오고 있을 거예요.”
“그럼 이렇게 계속 걷자는 거야? 어디로 갈려고?”
“몰라요. 일단 걸어요.”
토니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포케를 내려다보면서, 인내를 다졌다.
“돈 줘 빨리.”
바바라는 고개를 숙이고 걸을 뿐, 말이 없었다. 그러다 조용히 웅얼거렸다.
“돈 없어요.”
토니는 부아가 치밀었다. 토니가 바바라를 째려보자 바바라는 바지 주머니에서 회색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꺼냈다.
“카드 밖에 없어요.”
토니는 깊게 한숨을 내뱉고, 돈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저씨, 카드 결제는 되니까 뭐 사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그들은 토니의 회사 근처를 지나 지하철역 인근에 다다랐다. 치킨 집 야외 평상에 앉은 사람들이 웃으며 소리치고 있었고, 싸구려 숯으로 피워진 화톳불에 둘러 앉아 돼지갈비를 구우며 나지막이 마음을 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님.”
바바라가 말했다. 토니는 거리의 소음 때문에 바바라가 한말을 듣지 못했다.
“아님 뭐?”
“아님···오늘 밤까지만 같이 있어 주시면 더 크게 사례할게요. 진짜에요.”
토니는 바바라를 바라보았다. 바바라를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격하게 뛰느라 하얀 피부위의 콧잔등과 볼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긴소매가 달린 면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물감이 얼룩덜룩 묻어 있었다. 매고 있는 앞치마도 그러했다.
“너 이름이 바바라야?”
토니가 물었다.
“네.”
바바라는 지나쳐가는 음식점들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그니까, 바바라야······.”
토니는 바바라라는 이름이 입에 붙질 않아 어색해 했다.
“내가 내일 출근해야 해서, 얼른 들어가야 해. 무슨 일이 있어서 집밖으로 뛰쳐나온지는 모르겠는데, 음식이랑 배달 값 주고 집으로 얼른 들어가라.”
“싫어요. 집에 안가요.”
“그럼 돈만 줘. 난 가게.”
“돈 없다니까요.”
토니는 화를 억눌렀다. 그리고는 걸음을 멈추고 건너편 편의점을 가리키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저기서 현금 뽑아와 그럼.”
바바라는 이전에 토니에게 마라탕을 먹어봤냐고 물었을 때처럼 토니를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손톱 큐티클을 다른 손톱으로 긁어내고 있었다. 토니는 바바라를 빤히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알겠어요.”
바바라가 한참 후에 말했다. 그들은 건너편 편의점으로 향했다.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토니는 자신이 곧 갖게 될 액수를 상상했다. 행여 자신이 먼저 구체적인 액수를 말해버리면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릴까봐 먼저 말을 꺼내진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생활수준에서 제시 할 수 있는 금액보다 바바라가 짧은 인생이나마 느슨하게 갖게 된 비현실적인 경제관념을 믿기로 했다. 그러나 넋 놓고 바바라에게 온전히 칼자루를 쥐어 줄 순 없었다.
“자전거는 어떻게 할 거야?”
토니가 말했다.
“네?”
“네가 아까 집에서 나오면서 내 자전거 내던졌잖아. 그거 분명히 고장 났을 거야.”
바바라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그거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건데.”
토니는 으스댔다. 오래된 자전거였다. 중고로 팔고 새 자전거를 사려고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거래 약속 1시간 전에 구매 예정자가 새 제품에 비해 중고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거래를 파기한 적도 있었다. 그 날 토니는 약속장소에서 발을 구르면서 구매 예정자를 설득하려 했다. 전화를 달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가격도 낮춰보고, 종국엔 그렇게 살지 말라며 화도 내보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약속장소에서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오면서, 그의 마음속에 자전거를 갖다 버리고 싶은 욕구가 여러 번 일었다. 하지만 자전거와 함께 자신의 의욕 덩어리도 같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덩어리는 열정, 야망, 노력 등 다양한 미사여구로 점칠 되어 있어서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졌지만, 토니는 항상 부스럼이 나고 금이 갈까 노심초사 했다. 결국 그의 강박적인 덩어리 지키기는 곧 작은 결실을 맺을 터였다.
토니는 편의점 문 밖에서 바바라가 현금을 인출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편의점 문 밖으로 나온 바바라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인출이 안돼요. 뭐 점검한다고 떠요.”
“너 자꾸 아저씨한테 장난칠래?”
토니는 소리쳤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거짓말은 아닌 듯 했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향하고 있었고, 이 시간대에 종종 은행 혹은 카드사 마다 시스템 점검을 해서 결제나 인출을 못한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색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도 점검시간에 제한받는지 의아했다. 애초에 현금인출이 가능한지도 의문스러웠다. 그러자 상황이 바바라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심이 일었다.
“너 거짓말 하는 거 아니지?”
토니가 날카로운 눈초리를 띄고 묻자, 바바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토니가 시선을 거두지 않자, 바바라는 나지막이 토니에게 말했다.
“꼭 드릴게요.”
바바라는 토니를 바라봤다. 귀밑까지 깔끔하게 내려오는 바바라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넘실넘실 흔들렸다. 토니는 바바라의 불그스름한 눈시울 위에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얕게 빛나는걸 보았다. 금빛 정원이 떠올랐다. 토니는 바바라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겠네.”
그리고는 바바라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곁눈질 했다. 별다른 의도는 없는 것 같았다. 토니는 바바라가 어린소녀이고, 집에서 가출한 뒤에 건장한 아저씨에게 채무를 독촉을 받는 처지라는 것을 실감했다. 우악스럽게 대문에서 뛰쳐나와 자전거를 내던지던 소녀의 모습은 눈앞의 바바라와 어울리지 않았다.
“근데 집은 왜 나왔어? 엄마랑 싸웠어?”
토니는 돈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바바라의 마음이 변심하지 않고, 가능하다면 바바라 마음속 액수가 더 커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심산이었다.
“아뇨.”
바바라가 건조하게 대답했다.
“마라탕 먹고 다른 음식은 왜 또 주문 한거야?”
“마라탕 못먹었어요.”
“왜?”
“엄마가 못 먹게 해서요.”
“왜 몸에 안 좋아서? 근데 네가 주문한 거 아니었어?”
“맞아요. 맞는데······.”
“근데?”
바바라는 대답하지 않고 건너편 음식점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토니가 말했다.
“아까 배달 또 해주면 말해준다고 했잖아. 말해줘. 나도 왜 내가 이런 상황에 빠졌는지 알아야지.”
“아저씨, 마시멜로 알아요?”
“마시멜로? 그거 초코파이 안에 있는 거?”
“네.”
“근데 그게 왜?”
“그거 바로 먹으면 한 개 주고, 안 먹고 기다리면 두 개 주는 이야기 알아요?”
“들어본 것 같은데.”
토니는 어디선가 들어본 마시멜로 실험*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 그 실험 알아. 참는 애들이 성공한다며.”
“성공이요?”
“그니까, 참고 두 개 먹었던 애들이 인내심이 있어서 나중에 커서 부자 된다고.”
토니의 말을 듣고 바바라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뗐다.
“엄마가 그거를 좋아해서, 저한테 시켜요.”
“어떻게?”
“뭘 먹을 때 바로 먹으면 안돼요. 기다린 다음에 엄마가 허락해줘야 먹을 수 있어요.”
토니는 어이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다른 거 할 때도 그래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일단 한번 참아야 해요.”
“그렇구나.”
토니는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고, 건너편 음식점들을 바라봤다.
“마라탕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바바라가 웅얼거렸다.
* 스탠포드 마시멜로 실험(Stanford marshmallow experiment), 1972년 스탠포드 대학의 교수인 심리학자 월터 미셀(Walter Mischel)이 ‘만족스러운 지연’을 연구하기 위해 수행함. 아이에게 마시멜로 하나를 주고서 15분 동안 먹지 않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한 뒤 아이가 못 참고 먹는지 아니면 끝까지 참아내는지를 관찰하는 실험. 또한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30년간 추적 조사하여 후속 결과를 발표함. 인내심을 발휘하여 끝까지 먹지 않고 참았던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인지능력과 학업성적이 우수했고 성공한 삶을 사는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주위의 유혹에 잘 흔들리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결과를 발표함. 심지어 유혹을 좀 더 오래 참을 수 있었던 아이들은 건강상태도 더욱 양호한 것으로 나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