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우리집은 구축 복도식 아파트이다. 그래서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바깥 풍경이 펼쳐져 있다.
오늘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여니, 봄 향기 혹은 냄새 같은 것들이 훅 느껴졌다.
그리고는 엘레베이터를 타러 복도를 쭉 걸으면서, 해가 조금 뜬 날을 맞이하며 출근하는게 참 오래간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잔잔하게 신이났다.
누군가는 롱패딩을 벗고 코트로 멋을 부리고, 누군가는 놀러갈 계획을 세우고, 누군가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갈 계획을 세우는,
그런 잔잔한 변화를 의미하는 봄내음이었다.
일상 속 행복은 아주 조그마한 찰나에 맞닥뜨리는 것 같다.
어느 유명한 스탠딩 코미디언이 코메디 소재로 얘기 했던 것 중에,
아이를 갖게 된 이후로 본인의 행복은 자동차 뒷자석 카시트에 아이를 앉히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이라고 했다.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행복은 목표나, 어떠한 삶의 모습, 마음가짐이 아닐 수도 있다. 불행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느닷없이 불어오는 찰나의 순간일 수도 있다.
행복을 추구 한다는 것은 그 찰나의 순간들의 빈도를 되도록 늘려 나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복도에 눈이 쌓이든, 비가 들이닥치든, 외벽 창문을 쌓지 않는 것이 내 행복 추구의 한 방법일 수 있겠다.
오늘을 포함해서, 종종 자전거를 타고 퇴근한다.
거리는 약 21km이고, 쉬지 않고 달리면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생각보다 지하철로 퇴근할때 걸리는 시간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자전거로 퇴근하는 날은 주로 운동을 해야하는 날인데 회사 헬스장에 가기 싫거나(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운동을 하려 한다.),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기 싫을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것은 일상의 주류인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이나,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것과 비교 할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자전거로 퇴근하면서 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단순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일상이 아닌 하루를 의미있게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하철로 퇴근할때는 시간과 공간이 실감이 안난다.
오늘이 어제같고, 어제가 오늘인 느낌이다.
심지어 매일 달라지는 지하철안의 사람들도, 게임의 NPC를 보는듯, 매일 같은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 같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의 지하철을 몇십년째 이용하고 있지만,
지나치는 역들에 어떤 기억들이 쌓이기보다 그저 혼잡도를 떠올리고, 종점역 까지의 이정표로서만 마음에 남을 뿐이다.
그에 반해 자전거를 타고 스쳐지나가는 풍경은, 그 장소에 어린 여러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는 예전과 달라진 풍경을 보고, 나를 생각 해 보고, 세상과 서울을 생각해 보고..
곧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뀐다는 실감이 난다.
소소하더라도 평소에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행복의 빈도를 찾는 측면에서 기존의 일보다 큰 이점을 갖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일은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하거나,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면 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부각시켜 마냥 행복한 일처럼 인식 된다.
비교적 늦는 퇴근시간, 운동 효과, 경제적 효율성, 위험도 등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것의 단점들은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것이 일상의 대부분이 되지 않는 한 부각되지 않는다.
일상 속 주류들의 소소한 일들에서 행복의 빈도가 잦은 것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소소한 변화를 줘야만 행복의 빈도가 늘어나는 것이 삶의 저주이자, 원동력, 그리고 꾸준함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
정리하자면,
어떤것들에 낯설어하고, 어떤것들에 익숙해 지려는지 선택 해 나가면서 봄날의 하늘같이 우연한 행복을 기대하면서 살아가는 것?
어렵다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