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낯익은 단어들이 보였다.
"KCC"와 "교환사채"
(기사 요약)
1) 교환사채(EB)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나 타사 주식을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임.
2) KCC는 전체 지분의 17.24%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음.
3) 이 가운데 9.9%를 교환사채에 활용할 계획이었음. (보유한 자사주 9.9%를 기초로, 교환사채를 팔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
4) 교환사채는 채권의 원리금 대신 기초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음
5) 교환사채 인수자가 추후 교환사채를 KCC 주식과 교환하게 되면, 시장에 KCC의 주식이 풀리게 됨
6) 시장에 풀리는 주식량이 늘어나면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KCC의 주주들의 이익이 훼손됨
7) 주가 폭락 및 주주들의 공식적 항의
8) KCC의 교환사채 발행 철회 및 주가 급등
이전에도 KCC는 교환사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마련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위 기사와 달리 KCC가 보유한 HD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기초로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KCC는 어떤 곳이길래 HD 한국조선해양 지분의 3.9%보유하고, 삼성물산의 2대 주주인가)
그래서 교환사채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아직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본 적이 없다.
해보자.
우선 교환사채와 헷갈리는 전환사채(CB)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사채 발행의 기초가 되는 주식이 다르다.
교환사채(EB)는 발행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회사의 주식이나 자사주를 교환 대상(사채 발행의 기초)으로 삼을 수 있지만, 전환사채(CB)는 발행 회사의 신주를 교환 대상(사채 발행의 기초)으로 삼는다.
여기서 머리가 살짝 지끈거리는 부분인데, 대법원 가서 상법 논의할 거 아니니 주주 입장에서만 관찰해 보자.
주주 가치 훼손을 염려하는 입장에서, 자사주를 기초로 하는 교환사채(EB)와 전환사채(CB) 모두 지분 희석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교환사채(EB)는 자사주가 채권에 의해 묶여있다가, 사채권자가 교환권을 행사하여 자사주가 시장으로 나오면 지분이 희석되고, 전환사채(CB)는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므로 채권 발행과 동시에 지분이 희석된다.
그래서 간혹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은 주주 손해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신주 발행 안하니 주주 손해도 없다”…‘교환사채’ 자사주 처분 두고 꼼수 논란
(기사 요약)
1) 최근('25년 9월) 정기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법 개정안 3차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고 있음
2)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 일정 기한 내, 일정 비율의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함
3)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경영권 보호 및 금융비용을 절감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을 피해야 함
4) 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EB)를 미리 발행해 두면, 그 자사주는 '나중에 채권과 교환(양도) 해야 할 주식'으로 법적/계약상 묶여 소각을 피할 수 있음
5) 이에 상법 개정안 3차가 시행되기 전, 기업들은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 가치를 보호하는 자금 조달책"이라는 주장을 하며 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을 늘리고 있음
하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분명한 리스크이다.
그렇다면 교환사채(EB)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주주 등 처먹을 생각밖에 없는 나쁜놈들인가?
교환사채나 전환사채 발행이 공시되면 냅다 주식 다 던져버리고 ESG 경영을 부르짖어야만 하는가?
물론 아니다.
일부 기업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있지만,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나 전환사채(CB)는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들에게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다.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들은 시중은행에서 사채를 발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은행도 망해버릴 위험이 있는 기업의 채권을 담보*도 없이 발행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 엄밀히 따지면 교환사채(EB)의 기초자산과 담보 설정은 다르다. 교환사채(EB)의 기초자산은 말 그대로 채권 투자자에게 채권 보유와 기초자산을 '교환'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고, 담보 설정은 주택 담보대출과 같이 채무 상환을 '보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상장 전에는 전환사채(CB)나 전환우선주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다음에는 서두에 언급한 'KCC가 보유한 HD 한국 조선 해양의 주식을 기초로 발행한 교환사채'로 실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