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1편에 이어)
블랙록의 CEO인 래리핑크는 언젠가 주주서한을 통해, 본인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기후변화 리스크를 고려하고 있으며, 블랙록이 주요 주주로 있는 피투자 기업에게도 기후변화 리스크를 고려해 보길 권고했다.
블랙록이 느닷없이 환경주의자가 됐거나,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겠다고 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본인들이 투자하고 있는 자본의 손실이 나지 않도록, 기후변화를 대응하라는 뜻이었다.
이러한 블랙록 등의 움직임을 통해, 'ESG는 투자자까지 그 가치에 진정 공감하고 있는 뉴노멀이다' 혹은 '아묻따 좋은(혹은 선한) ESG가 중요하다.'라는 인식이 팽배해진다.
(첨언으로 이러한 기조가 심화되어 ESG가 민주당 친화적 색채를 띈 개념으로 사용되다 보니, 블랙록을 비롯한 여러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ESG'가 불러일으킬 정치적 판단 때문에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여하튼, 블랙록과 그 CEO인 블랙 핑크가 기후변화 리스크를 자본 투자의 주요한 리스크로 인식한 것은 분명하다.
왜 그럴까?
기업에게 미치는 기후변화의 리스크를 판단하는 것도 주요한 ESG 경영의 주제로서, 이를 간단하게 서술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예시를 들어보고자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적 리스크이다.
물리적 리스크는 블랙록에서 독립한 블랙스톤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개념이다.
블랙스톤은 부동산,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에 집중하고 있는데, 특히 부동산 분야에서 기후리스크가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물에 잠겨서 생기는 피해를 떠올리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몇 해 전 포스코의 사례같이, 생산 공정이 물에 잠기면 기업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사례들을 떠올리면 그들이 물리적 리스크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
전환 리스크는 비물리적 요소로서,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에 들어가는 자본, 인력, 평판 등이 해당된다.
제일 직관적 사례는 온실가스 과다 배출에 의한 리스크이다. 기업의 운영에는 필연적으로 기후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온실가스 배출이 뒤따르는데, 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르는 직접적 세금이나, 간접적 투자 비용이 재무적 리스크이자, 전환 리스크로 볼 수 있다.
이렇듯 ESG는 다분히 자본주의적이다.
ESG 흐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CSR', 'CSV', '지속가능경영', '사회적 가치' 등에 비해 ESG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한 푼도 잃지 않겠다는 대형 투자기관의 리스크 관리 툴로서 각광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