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습

by john ater
20251129_기타.jpg Cort 초보자 셋


요새, 그리고 내 삶의 유일한 취미 활동이라고 할 만한 것은 기타다.


음악 듣는걸 평생 좋아해 왔지만, 잘하지는 못했다. 전형적으로 '좋아하는데 못하는 것'이 음악이었다.


그래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배워보고자 무작정 시작했는데,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까지 만족스럽다.



항상 즐겁지는 않다.


아무리 취미반이라고 해도, 연습 한번 하지 않고 수업에 가는 일은 곤욕이다.


내가 아무리 돈을 내고 다니는 구매자의 입장이라고 해도, 친구와의 중대한 약속을 어긴 것 같은 죄의식을 짊어진 채로 학원에 향하게 된다.


선생님 입장에서 나같이 나이도 많고, 취미로 즐기려 온 수강생을 나무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도 나도 매번 똑같은 부분에서 애먹어 가며 진전이 없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저번주에 배운 코드를 금방 까먹고 눈치를 보며 손가락을 옮길 때면 식은땀이 흐르고, 수업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에 시계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반대로, 주중에 연습을 어느 정도 하다가 수업에 나가면 긴장을 한다.


내가 충분히 연습 한 결과물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스스로에게도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놓고 싶다.

(결과물이라고 표현하니 너무 거창한 것 같은데, 연습곡을 0.75배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는 정도가 내 궁극의 결과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언가에 대해 골똘히 고민하면서 준비한 결과물을 보여줄 때의 긴장감이 잊힌 지 오래다.


중요성으로만 따지면, 규모가 큰 고객사의 CEO를 비롯한 임원진 앞에서의 최종보고가 긴장감 넘치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며칠 열심히 준비하다가 정작 최종 보고 때가 다가오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자세로 편안한 마음가짐을 유지한다.


아무래도 짬이 늘면서 익숙해진 것이 주요 요인이겠지만,

내가 준비한 결과물에 의해 일어날 긍정적/부정적 변화의 차이도 긴장감의 주요 요인인 것 같다.




일은 정말로 어떻게든 된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인한 고객사의 만족도에 따라 나의 처지가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기타는 어떻게 되지 않는다.

그 결과물인 내 기타 실력의 향상은 세상 그 어느 것에도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타 실력'이라는 나만이 알고 있는 나의 분명한 처지는 선명하게 그 영향이 누적된다.


그래서 이따금씩 악기를 연주하고 생업으로 삼는 일이 정말 정직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왕도가 없이 꾸준히 많은 연습을 해나가야만 결과물이 나오는데, 누군가에는 그저 무용한 일로 비칠 만큼의 불확실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이렇게 기타를 미약하게나마 배워보니,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난다.


물론 기타 선생님을 비롯하여, 일정 수준에 도달한 음악인들은 실력보다는 연줄, 운, 그리고 외모가 음악인으로서 성공에 필요한 요소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는, '내 일도 그렇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역시 다른 요소들이 중요하구나.'

'하지만 일단 실력이 다 좋다는 걸 전제 하는군.'

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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