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연탄봉사가 필요한 이유

by 쿠드

여름 연탄나눔 봉사를 신청하다


이번 주는 어떤 봉사를 할까 생각하며 1365(자원봉사 신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한두 페이지를 넘기던 중, 이 봉사를 발견했다. 사랑의 연탄나눔봉사. 예전부터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봉사였는데 계절 특성(보통 추운 겨울날 한다는)도 있고 봉사단체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여태까지 해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계절이 겨울도 아니고 봉사단체도 아닌데도 신청할 수 있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지원을 하려 했다. 그런데 봉사 당일, 6월 30일 목요일에 친구와 선약이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별로 없을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에게 양해를 구해 약속 일자를 다른 날로 바꿨다. 다행히도 친구는 흔쾌히 약속 일자를 바꾸는데 동의해주었다.


연탄봉사를 신청하고 며칠 후,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개인 일정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연탄봉사를 나간다고 말했더니 '여름에 무슨 연탄봉사 활동을?'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연탄은 여름이 아닌 겨울에 필요한 것이니 이런 의문은 당연했다. 나 또한 답을 알지 못했고, 친구들에게는 '이제 그걸 알아보러 가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무더운 날씨와 다양한 자원봉사자들


연탄 봉사 시작 시간은 오후 1시 반이었고, 이 시간이면 자외선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밖에 안 나오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시간이고 내가 자원한 것이니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고 한 시간쯤 전에 집에서 출발했다. 햇빛은 강렬했지만 다행히도 바람이 많이 불었다. 햇빛이 땀방울을 다 만들어내기도 전에, 바람이 와서 식혀주었다. 저번 도배 봉사를 할 때도 그렇고, 날씨가 항상 '최고'라곤 할 순 없지만 '최악'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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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연탄나눔 운동 건물과 내리쬐는 햇빛

십여 분 일찍 도착했는데 남자 한 분이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자동차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보니 자차로 온 듯했다. 이런 봉사를 할 때 차가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난한 학생의 삶이란.. 서로 인사를 건넬 때 여성 한 분이 더 왔고 셋이서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분은 간호학과를 다니는 학생이라 졸업을 위해 봉사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여자분은 현재 직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취직(또는 이직?)을 위해 봉사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두가 연탄봉사는 처음이라고 하며 웃었고, 나는 다 처음인 분만 있는 이유가 연탄봉사가 너무 힘들어서 두 번 신청은 안 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농담을 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고 열댓 명 정도 되는 봉사자와 봉사 담당자가 모두 모였을 때, 담당자가 간단한 설명을 했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총 여섯 가구에 각각 200장의 연탄을 나눠줘야 했고, 대략 한 집당 20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봉사 장소는 집결 장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곳에 있는 있었다. 그곳에서 앞치마와 팔토시, 목장갑 안에 낄 비닐장갑과 목장갑을 받았다. 더운 날씨 때문에 옷을 벗어도 모자랄 판에 옷을 더 입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예상은 했던 것이지만 막상 하려니 막막했다. 오늘 정말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팔토시는 열을 가두는 땀복 같은 느낌의 재질이었고, 비닐장갑과 목장갑 콤비는 손에서 생기는 열과 수증기를 효과적으로 가두어 땀을 줄줄 흐르게 만들었다.



연탄나눔 봉사의 시작


연탄 나르는 일을 시작했다. 연탄봉사하면 생각하는, 일렬로 쭉 늘어서서 양옆의 사람에게 연탄을 받아넘기는 일을 했다. 처음엔 내가 연탄봉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하고 재밌었다. 봉사 장소까지 오는데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안면을 텄던 분과 처음에는 '오, 괜찮은데요', '이 정도면 할만하겠는데요'하는 식의 말을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됐다. 단순 노동이 주는 지루함보다 더운 날씨에 진행되는 노동의 힘겨움이 더 강했고, 이는 우리의 입을 열게 하기보다는 닫게 만들었다. 그래도 처음 봉사를 했던 그곳은 그늘 아래였고 가끔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불평만 할 상황은 아니었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다. 내가 봉사를 하러 왔다는 사실과 더운 날씨를 바꿀 수는 없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마음뿐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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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렬로 쭉 늘어서서 연탄을 옮기는 모습


봉사를 하던 중간중간에 봉사 담당자분이 우리가 활동하는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안 그래도 '비닐장갑까지 낀 상태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는담?'하고 고민하던 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사진들을 찍어주셨고, 종종 '인생샷 찍어드려야죠~'하는 너스레를 떨었는데 덕분에 힘든 활동 중에도 유쾌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연탄나눔 봉사에서 하는 일


첫 번째 집을 끝내고는 스팟을 이동해서 활동을 했다. 오늘 할 여섯 가구 중 다섯 가구가 그곳에 모여있었고, 우리는 각각 2팀으로 나뉘어서 한 집씩 연탄을 날랐다. 트럭에 쌓여 있는 연탄을 리어카에 실은 뒤에 앞에서 두 사람이 끌고, 뒤에서 두 사람이 연탄이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역할은 돌아가면서 맡았고 가장 힘든 일은 리어카를 끄는 일과 운반한 연탄을 집에 차곡차곡 쌓는 일이었다. 사실 리어카 끄는 일은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었는데, 우리 팀 리어카는 바퀴 한쪽 바람이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왼쪽 편 손잡이를 잡고 끄는 사람이 힘을 엄청나게 많이 써야 했다. 운반한 연탄을 쌓는 일이 어려웠던 이유는 쌓는 사람은 한 명인데 연탄을 건네주는 사람은 여러 명이기도 했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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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에서 리어카로 연탄을 옮겨 싣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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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로 연탄을 운반하는 모습과 안쪽 건물로 연탄을 나르는 모습


다섯 가구 중 네 가구를 리어카를 사용해서 끝냈고, 나머지 한 가구는 직접 연탄은 하나에서 세 개씩 직접 들어서 운반했다. 체격이 좋고 군복을 입은 남성 두 분이 트럭 위에서 연탄을 나르기 쉽도록 두 개 씩 쌓아서 트럭 가장자리에 두는 일을 반복했다. 아마 이 일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탄 두 개의 무게가 생각보다 가볍지만은 않았고 반복적으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해야 했기 때문에 허리에도 무리가 갔을 것이다. 이분들은 그들의 체격만큼이나 믿음직스러웠다. 그리고 다들 열심히 일했지만 이분들이 가장 많은 일은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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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회가 넘는 봉사를 했다던 남성 분과 같이 와서 서로 땀을 닦아 주는 두 여성 봉사자


그리고 다른 인상적인 분도 계셨는데, 그분도 남성이었고 매우 헌신적으로 일했다. 활동이 끝날 때쯤 봤는데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으며 얘기를 할 때 잠시 들어보니 600회가 넘는 봉사를 해왔다고 들었다. 이분의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조금 더 외향적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왜 그렇게 하는 것이냐고' 하는 등의 질문을 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 한 번 기회가 돼서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후회 없도록 질문할 수 있기를.



여름에 연탄봉사가 필요한 이유


봉사가 다 끝나고 나서, 대부분의 봉사자가 제 갈길을 가고 나서 담당자분에게 물었다. 여름에 연탄봉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담당자분은 '겨울을 대비하는 목적이기도 하고, 여름이라도 연탄을 떼는 일이 있어요. 집에 습기가 너무 많이 찼을 때 연탄을 한 번 떼주면 습기가 없어지거든요.'라고 답변해 주셨다. 그리고 보통 여름에 연탄봉사를 하지는 않는데 이번은 좀 특별한 경우이며, 연탄이 필요한 수많은 집들 중에 오늘 활동한 집에 연탄나눔을 한 이유는 이번이 그들의 순번이기 때문이라고도 말씀해주셨다. 간단한 호기심을 풀고서 담장자님에게 인사를 한 뒤에 나도 집으로 향했다. 여름에 연탄봉사를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그들이 연탄을 받을 순번이었고, 가끔 여름에도 연탄을 사용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 새로운 봉사활동을 경험해봤다. 이 경험이 내가 어떤 분야의 봉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계속해서 쌓아나가다 보면, 담장 밖을 볼 수 있는 충분한 높이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경험도 많지 않고 아는 것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꾸준히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듯하다.


자외선이 무척 강한 날이었지만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그리 불쾌하진 않았던,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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