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걷는 것도 비슷하다
앞서 전기장을 걸어주면 전류가 생기고, 전류를 높이려면 도핑을 하거나 이동도를 높여야 한다고 살펴봤다. 그런데 이동도를 어떻게 높일까? 이를 위해서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온도가 있으면 입자는 진동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기는 매우 힘들지만, 모든 원자들이 지금도 제자리에서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결정 속에서도 원자들이 진동하는데, 양자역학에서는 이를 포논(phonon)이라고 부르는 준입자(quasi-particle)로 이해한다. 전하가 이동하다가 포논에 부딪히면 진로방해를 받게 되며, 에너지도 일부 잃어버릴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진로 방해를 산란(scattering)이라고 부른다. 옴의 법칙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저항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포논이 더 많이 생겨 더 심해진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집어넣어 준 도판트(dopant)도 전류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 도판트가 늘어나면 전하 농도가 증가하여 전류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이온화된 도판트는 전하들과 정전기적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전하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 일부 이온화되지 않은 도판트들도 퍼텐셜을 바꿈으로 인해 전류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 우리가 평지를 걷다가 갑자기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면 걷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온도를 낮추면 앞서 살펴본 포논은 줄어들지만, 결함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아무리 순수한 결정이라고 해도, 모든 물질은 완벽하지 않다. 이것이 열역학(thermodynamics)이라는 학문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이다. 그래서 원래 원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원자가 빠져있거나, 없어야 할 자리에 원자가 있거나. 원래 없어야 하는 원자가 있다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 이런 것들을 결함(defect)라고 한다. 결함도 도판트처럼 이온화될 수 있다.
결함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결합(recombination)이다. 어떤 결함은 띠틈(band gap) 안에 에너지 준위를 만들 수 있으며, 전자(electron) 또는 정공(hole)은 전도대(conduction band)에서, 또는 가전자대(valence band)에서 결함의 에너지 준위로 위치를 옮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빛이 나오면 전자는 에너지를 잃고 전류에 기여하지 못하게 된다. 만약 에너지 준위가 가전자대 최대(valence band maximum) 또는 전도대 최소(conduction band minimum)와 가깝다면, 주변에서 열 에너지를 받아 원상 복귀될 수 있지만, 어쨌거나 전하의 이동은 방해를 받은 것이고, 결과적으로 전류가 줄어든다.
어떤 결함들은 선 또는 면을 이룰 수 있다. 1차원 전위(dislocation)와 2차원 결정립계(grain boundary)가 대표적이다. 전류가 우리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흐를 수 있는 경로가 만들어지게 된다면, 이 역시 전류를 줄이게 된다. 또한 이런 결함들은 주변 원자들에 변형(strain)을 주게 되고, 변형은 퍼텐셜이 요동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전류가 줄어들게 된다. 이외에도 전하의 이동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많이 있으니, 관심있는 물질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