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사회는 발전한다
우리 모두는 돈을 버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고용된 사람은 최소한 노력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가져가고 싶지만, 반대로 고용주는 최소한의 돈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시스템이나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연구비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세상이 다 그러하듯 연구비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스템이 보완되어 왔다. 일례로 필자가 학생일 때만 해도 회의비 사용에 큰 제약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다른 기관 사람이 있어야 회의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비 부정수급 사례가 있었고 [1,2], 이제는 심지어 하루 전까지 회의비 집행 계획을 제출하라고 한다. 가끔 보면 다른 집단에 비해서 지나치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회의비는 사실 액수가 크지 않다. 인건비가 그보다 비중이 더 크다. 학생 인건비는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에게 지급할 목적으로 책정된 예산이므로, 연구하지 않은 사람에게 돈이 지급되거나, 지급된 돈을 빼앗아 소위 랩비를 조성하면 안 된다. 필자가 교수가 되었을 때 지금은 돌아가신 동료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학생에게 준 돈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
였다. 예전에는 비일비재하였으나, 이제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학교에서는 산학협력단에서 무작위로 학생에게 전화하여 확인하기도 한다고 한다.
연구자들의 특성을 이용하여 외부인이 다소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자들은 다른 연구자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회에 참석하는 것이 보통이다. 논문으로 발표하기 전에 학회에서 발표하는 경우가 많아, 논문으로 봤을 때는 한 발 늦는 경우가 많다.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 역시 연구자의 실적으로 여겨지는데, 이를 역으로 이용해서 영리를 취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인기 있는 휴양지에서 학회를 연다고 하고, 연사를 마구 초청하여 등록비를 챙긴다. 이런 경우 온다는 사람 위주로 학회를 구성하니 발표 주제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부실 의심 학술지라는 개념도 생겨났다 [3]. 논문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돈만 지불하면 쉽게 논문을 실어주는 식이다. 모두 논문 실적이 연구자 평가의 수단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대한수학회는 어느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저널 논문을 연구 실적 평가에서 제외하라고 권고한 적 있고, 국내 일부 대학에서도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도 하였다. KISTI에서도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을 통해 의심 여러 학술지에 대한 정보와 부실 학술행사 목록을 제공하고 있으니, 잘 모르는 학술지와 학술행사에서 초청을 받으면 활용해 보도록 하자.
[2] 연구비로 쇼핑하고 밥값 880만원…한전공대 비리 '줄줄이' - 머니투데이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72709280859921
[3] 중앙일보, [단독] 정부 돈 받아 '부실 학술지'…"논문 게재료만 991억원" (2023년 10월 24일)